“왜 이제 왔나” 유족 울음 속 이태원 특위 첫 현장조사… 진상규명 약속(종합)

민영빈 기자 2022. 12. 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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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국조특위’ 구성된 지 약 한 달 만에 ‘첫 삽’
국민의힘 위원 복귀로 여야 합동 진행
유족들 “경찰 이렇게 많은데 그날은 왜 없었나… 내 아들 살려내라”
與野, 이태원파출소·서울경찰청·서울시청 방문 후 질책·지적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21일 첫 현장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국정조사 계획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국조특위가 구성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약 8시간 동안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이날 현장 조사는 야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만 참여할 계획이었지만, 전날(20일)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국조특위에 복귀하면서 여야 합동으로 진행됐다.

우상호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뉴스1

국조특위 위원들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이태원 녹사평역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였다. 이들은 하얀 국화꽃을 영정사진들 앞에 하나씩 놓고 묵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분향소에 있는 유족들에게 “첫 현장 조사를 여야가 같이 시작하게 됐다”며 “여야가 힘을 합쳐서 진실을 잘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면서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국정조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유족들은 국조특위 위원들을 향해 “내 아들 살려내라. 제발 약속을 지켜달라”며 “왜 이제야 왔느냐”고 절규했다. 또 ‘국정조사 진실규명’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울부짖었다.

분향소 앞쪽에는 극우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국정조사 반대집회’를 열고 있었다. 유족들은 전날 국민의힘과의 간담회에서 이들의 집회를 철수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분향소로부터 약 3분 거리에 위치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튼 호텔 옆 골목길로 이동했다. 해당 골목 가벽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모장이 벽 곳곳에 붙어 있었다.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남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부터 명복을 빈 일반 시민들의 포스트잇과 꽃다발도 함께 놓여 있었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국조특위 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현장 현장조사에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우 위원장은 골목길 초입에서 “지금부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좁고 비탈진 골목길을 둘러본 우 위원장은 “얼마나 고통스럽게, 얼마나 아프게 유명을 달리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서 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골목길 현장에서 소방관계자의 당시 현장 상황을 보고받은 뒤 곧바로 이태원 파출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따졌고 당시 경찰 대응이 잘못됐다고 질책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조사가 정확한 진상규명도 있지만, 사후 대책 재발 방지도 있다. (당시) 차량 통제를 안 한 게 사실 굉장히 뼈아픈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차량 통제를 할지 말지는 최종적으로 (경찰에서) 누가 결정하나. 이게 보면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시스템이) 안 돌아가고 체계적으로 안 돌아가고 있는 건데, 책임자가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당시 정복을 입은 두 명의 경찰만이라도 (골목길) 위아래를 지키며 관리했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인파가) 밀려드는 상황에서 갑자기 교통 통제를 한다고 경찰이 인도로 사람들을 밀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파출소 내부가 협소해 국조특위 위원과 전문가들만 파출소 안으로 들어가자, 유가족과 경찰 사이에서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질의를 마친 위원들을 향해 유가족들은 “미안한 행동을 해놓고 미안하단 말은 (왜) 안 하는 건지, 여당도 야당도 다 싫다. 진실규명 분명히 해줘야 한다”면서도 “(솔직히)이제야 진실규명은 웃긴 것 아닌가. 유족들 장례 치르느라 정신 없었고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두 번씩 죽인다”고 토로했다.

파출소를 사방으로 에워싸고 있는 경찰들을 보면서 유가족들은 “오늘 보니 경찰들이 이렇게 많다”며 “그런데 왜 그날은 6시 30분부터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울고불고했는데, 왜 하나도 없었느냐. 무엇을 감추고 싶어 지금까지 한 마디 미안하단 말도 안 하느냐.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장조사에서 박규석 112 치안종합상황실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태원 참사’ 현장 관할 책임기관인 서울경찰청도 방문했다. 위원들은 약 2시간 30분 정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현장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당시 현장 상황 보고를 제때 받았는지, 관련 대비책을 세운 적은 없는지 등을 질의했다.

이에 김 청장은 “현장에 대해 퇴근 무렵까지 보고받은 바가 없다”며 “이 자리에서는 (당시 보고 등)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안 됐다고 말씀드리는 거다. (전혀) 숨기거나 은폐하려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서울경찰청 현장 조사를 참관하며 김 청장을 향해 “아는 게 없는데 (저 사람이) 왜 저 자리에 있나”라고 항의했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마지막 현장인 서울시청에서도 문책성 질의를 이어갔다. 위원들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진석 안전총괄관리실장 등 실무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현장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실행했는지 ▲재난관리 정보시스템에서 누락된 재난 유형은 없는지 ▲재난상황을 두고 기관별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당시 현장에서 미비한 지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현장 대응 매뉴얼 보완도 함께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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