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화려한 빌딩 속 값싼 노동의 그늘

장현은 2022. 12. 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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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한 빌딩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 ㄱ씨는 계약서 상 출근시간이 6시지만 실제로는 5시까지 출근한다.

발제에 나선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소정 근로시간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는 사례는 여의도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 업종의 청소노동에서도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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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대도심 비정규직 첫 실태조사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
모두 시급 1만원도 못 받아
인력 부족·새벽 출근 등 허덕
실제 일한 만큼 임금 받지 못해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고층 빌딩 앞에서 용역업체 변경으로 고용이 불안정해진 엘지트윈타워(맨 왼쪽) 청소노동자들이 엘지에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며 빗자루를 들고 서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의도의 한 빌딩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 ㄱ씨는 계약서 상 출근시간이 6시지만 실제로는 5시까지 출근한다. 정시에 출근해서는 ‘입주사 직원 출근 전’까지 사무실 청소를 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3시40분 일어나 4시10분에 집을 나오면, 사업장 도착까지 40분이 걸린다. 쓰레기통 카트를 끌고 다니며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24시간 센터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각종 쓰레기를 모은다. 6시부터 화장실 청소를, 7시부터 사무실을 쓸고 닦다보면 어느새 직원들 출근시간이 된다. 이후 1시간반의 휴게시간, 1시간반의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계단과 복도,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을 쓸고 닦으며 오후 4시까지 11시간을 회사에 머무른다. 대체로 지하층에 위치한 휴게실에서 쉬는 휴게시간은 사실상 대기시간이고, 업무 강도에 비해 인력 충원은 부족하다.

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21일 토론회를 열고 여의도 업무지구 비정규노동자의 노동조건, 산업안전보건 등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서울 3대 도심(강남/종로중구/여의도) 지역의 청소·경비시설·관리 종사자 노동환경에 대한 최초의 실태조사로, 이들의 고용·노동여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목적을 뒀다.

류한승(맨왼쪽)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 조직부장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여의도 비정규노동자 514명 설문조사와 7명에 대한 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가뜩이나 임금이 수준이 낮은 데다, 그나마 실제 일한 시간 만큼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과 주당 근무시간은 청소 직종 187만3000원·35.8시간, 경비 직종 219만9490원·46.1시간, 시설 직종 263만4600원·44.5시간이다. 시간당 급여로 환산(기본급 기준)할 경우 청소 9424원, 경비 7973원, 시설 9791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업무의 경우 사업장에 머무는 시간동안 요구받는 업무 강도가 강하지만 임금은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발제에 나선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소정 근로시간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는 사례는 여의도지구가 아닌 다른 지역, 업종의 청소노동에서도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류 부장은 “실제 사업장 체류 시간은 소정근로시간보다 훨씬 많아 하루에 11시간에 달한다. 거의 모든 이가 자발적으로 새벽 출근 무급 노동을 한다면, 그건 자발적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낮은 급여, 낮은 사회적 평가, 휴게실 등 미비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용역업체가 작업 물품을 지급하지 않거나 쌀을 주며 직접 사업장에서 두 끼를 해결하라고 하는 등 갑질 문제도 있었다.

여의도 비정규직노동자 대다수는 하청, 용역 등 간접고용 상태였다. 홍윤경 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화려한 빌딩 속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거의 없는 상황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 권리 증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실태조사를 시행했다”며 “국회는 환노위에 계류중인 ‘사업이전(등)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켜서 노동자들이 업체변경으로 인한 불안감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슬아 이산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는 “조기 출근, 휴게시간 업무 지시 등에 임금을 받지 못해 임금이 적다고 느끼시는 게 크다. 실제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 건건마다 노동자의 입증이 필요하지만, 이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 특히 큰 문제가 된다.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법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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