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은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2. 12. 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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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매년 연말 서점가에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온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로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뽑혔다.

교보문고가 발표하는 ‘2022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은 50명의 작가에게 가장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소설을 한 권에서 다섯 권까지 추천 받아 선정 작업을 했다. 소설가들이 추천한 책은 총 97권으로, 여러 명에게 중복으로 추천받은 순으로 리스트를 정리했다.

올해 소설가들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총 10명에게 추천을 받은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다. 김연수 작가가 9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김연수 작가는 이번 1위 선정에 대해 “동료 소설가들의 눈이 아주 매서운데 그런 분들이 제 소설을 좋게 읽어 주셨다고 하니, 굉장히 특별한 칭찬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그 분들에게 제 소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동 2위는 총 7표를 받은 김지연 작가의 ‘마음에 없는 소리’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오, 윌리엄!(Oh William!)’이 차지했다. 김지연 작가는 2018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동료 소설가들에게 이만큼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것이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소설가들이 사랑하는 작가로, 이전에도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리스트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작가였다. 올해 출간된 ‘오, 윌리엄!’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화자 루시가 전 남편이자 오랜 친구인 윌리엄에게 일어난 사건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공동 3위는 6명의 추천을 받은 작품으로, 신인 작가의 첫 소설집과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중견 작가의 32년만의 장편소설이 나란히 올랐다. 2019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임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는 유령, 변종 해파리, 나무가 된 사람 등 환상적인 존재들이 일상적인 사건처럼 삶에 스며들며 긴긴 생각에 잠기게 하는 작품들을 담았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1990년 발표한 ‘빨치산의 딸’ 이후 무려 32년만의 장편소설이다.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 속에서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라는 진중한 주제를 유쾌한 유머와 깊은 감동으로 전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5명의 추천을 받은 4위는 이미상 작가의 ‘이중 작가 초롱’이다. 범상치 않은 제목을 가진, 도발적이고 발칙한 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독자뿐만 아니라 동료 소설가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준 소설이다.

5위는 4표를 받은 이기호 작가의 연작 짧은 소설집 ‘눈감지 마라’다. 대학을 갓 졸업했지만 학자금대출이라는 빚더미에 앉은 두 청년의 삶을 총 49편의 짧은 소설로 담았다. 위트와 페이소스를 잃지 않으며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이기호 작가의 장기가 빛나는 소설집이다.

올해 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흐름은, 작가들의 첫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공동 2위에 오른 ‘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작가, 공동 3위인 ‘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작가, 4위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작가를 비롯하여 박선우, 송지현, 김병운, 김유담, 김홍, 조예은 등 첫 책 또는 이제 두번째, 세번째 책을 펴낸 작가들은 젊은 작가의 개성과 참신함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은 성취를 보였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도 빼놓을 수는 없다. 추천이 여러 책으로 분산되어서 (‘그들의 말 혹은 침묵’, ‘남자의 자리’, ‘여자아이 기억’)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아니 에르노의 책은 총 5명의 추천을 받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현대문학의 거장이었지만 여전히 강렬하고 도발적인 글쓰기를 보여주는 작가이기에 새로운 작품의 출간이 기대되는 작가다.

이번 리스트에 대해 문학동네 편집부의 강윤정 차장은 “올해는 중견작가뿐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작품 역시 고루 사랑을 받은 특별한 한 해였다”며 ”여러 소설가의 다양한 작품을 골고루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풍요롭고 흔치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설가가 뽑은 올해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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