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이중 방어막 친 친윤계, ‘김장연대’로 김기현 띄우기 잘 될까

조미덥·유설희 기자 2022. 12. 21. 17: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장제원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2차 공부 모임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연이틀 행보를 함께 하며 ‘김장연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친윤석열계가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룰에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유승민 전 의원 당선을 막는 이중 방어막을 치고, ‘윤심’(윤 대통령 의중) 주자 띄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남은 80일동안 여론조사 당심에서 앞선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제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달린다. 무리한 윤심 드라이브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함께했다. 전날 경남혁신포럼에 이어 이틀 연속 동행이다. 당내에서 윤심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알려진 장 의원이 적극적인 행보로 김 의원에게 힘을 싣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모임 후 “(김장을) 잘 담가서 맛있게 식단에 올려놓고 정치권에 영양분을 잘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연대설에 호응했다. 장 의원은 “맞선 본 지 얼마 안됐다. 데이트해야 결혼할지 결정하지 않겠나”고 조심스럽지만 연대가 진행 중임을 인정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 룰에서도 노골적으로 친윤계에 힘을 싣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 30% 반영되던 여론조사를 없애 당원투표 비중을 100%로 늘리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가 결선투표를 하기로 하고 빠르게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전당대회 일정은 3월8일 혹은 3월10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런 룰 변경은 차기 총선 공천권을 쥔 당대표를 반윤 주자 유 전 의원에게 넘길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원들은 정권 초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선투표가 있으면 유 전 의원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해도, 결선에서 친윤계가 2위 후보에 표를 몰아줘 유 전 의원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

당내 유승민계가 이번 전대 룰 변경에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이유다. 유 전 의원은 21일 YTN에 출연해 “월드컵 개최 두 달 전에 룰을 바꾸는 FIFA(국제축구연맹)이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에 대한 공포 때문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비슷하게 찍소리도 못하는 정당이 됐다”고 전대 룰 변경에 침묵하는 당내 분위기도 비판했다.

여론 지지가 높은 후보 중 ‘윤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날 뉴시스가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선 유승민(이하 직책 생략)이 36.9%로 압도적 1위(2위는 나경원 14%)로 조사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경원(26.5%)이 1위이고, 안철수(15.3%), 유승민(13.6%), 김기현(10.3%), 주호영(9.4%), 황교안(5.3%), 권성동(4.3%), 조경태(1.7%), 윤상현(1.1%) 순이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친윤계에선 김 의원이 윤 대통령과 말이 잘 통하고 대선주자 출신이 아니어서 윤심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국민의힘 지지층 지지율이 정체하면 계속 대통령의 지지를 받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럴 경우 당원들 사이 인기가 높은 나 전 의원이 친윤계 대표주자로 나설 명분도 커진다. 장 의원과 여권 내 2인자 다툼을 벌이는 권 의원이 직접 출마하면서 친윤계 표심이 분산되는 점도 변수다.

친윤계에선 현재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윤심으로 마케팅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치라는 건 모르는 일이다. 만약 용산(대통령)에서 밀었는데, 그 사람이 대표가 안되면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하나. 공천이 제대로 되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가 통하지 않으면 당내 분란이 커지고, 총선에도 악영향이라는 걱정이다. 비윤계 한 의원은 “대통령이 미는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건 사당화다. 대통령이 총재 지명하던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의 경우 친윤과 반윤 중간에 위치해 결선에만 진출하면 탈락한 측의 표를 몰아받을 수 있는 조건에 있다. 어부지리로 안 의원이 결선투표 도입의 수혜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안 의원은 자신에게 부족한 당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핵심 지역인 영남을 훑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4박5일 부산·경남(PK)에 이어 전날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을 찾고 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대구가 필요하다면 가장 먼저 달려오겠다. 당대표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고 적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