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상황,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참사 53일만에 현장조사

이원광 기자, 차현아 기자 2022. 12. 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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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김광호 서울 경찰청장이 21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서 열린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위원회 현장조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1일 이태원 참사 발생 53일만에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와 참사 현장을 시작으로 서울경찰청과 서울시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함박눈이 내린 참사 현장은 유가족과 시민들 울음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현장조사 첫날에는 참사 당일 경찰의 늑장 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가장 시급성을 요하는 '코드제로' 신고 접수에도 경찰이 제때 출동하지 않았는데 사실상 경찰은 코드제로를 선택적으로 상부에 보고·조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시급한 출동 요구되는 코드제로…경찰 "모두 보고되는 시스템 아냐"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경찰청에서 실시된 현장 조사에서 "당시에 코드제로 (신고가) 됐다"며 "코드제로가 됐으면 여기(상황실)까지 오는 것 아닌가. 상황관과 상황팀장까지 다 보고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국조특위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지난 10월29일 저녁 6시34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1건 이상의 위험을 알리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이 중 같은날 오후 9시쯤 코드제로로 분류되는 신고가 있었다.

이에 박규석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모두 보고되는 시스템은 아니"라며 "신고와 실제 상황이 많이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신고가 들어와서 모든 코드제로가 다 보고되진 않는다"고도 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코드제로가 하루에 100여건에서 상황에 따라 200여건까지 들어온다"며 "상황팀장까지는 시스템적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접수 요원이 한번 살펴보시라고 하지 않거나 자체적으로 검색하지 않으면 확인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결정하는 건가. 코드제로에 대해 일일이 상황실이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어 "세심하지 못한 근무 태도도 문제지만 이것은 시스템 문제"라며 "사실 시스템이 개선 안 되면 다시 이런 비슷한 유사 사례가 생길 때 우왕좌왕하다 끝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 실장은 "우리 상황실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담당자는 코드제로가 뜨니까 그 내용을 단지 이야기를 했고 그후 답은 없었다. 심각하게 상황 인식을 못한 것"이라며 "팀장에게도 보고도 안 됐고 인식을 못했기 때문에 청장에도 보고가 안 됐다"고 했다.

전 의원은 "코드제로 담당자 따로, 112 담당자 따로 논 것"이라며 "그렇게 하다보니 이런 상황인지 몰랐다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우상호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삼자통화도, 긴급 공청도 없었다

코드제로를 포함한 다수의 긴박한 신고에도 긴급 공청을 실시하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유사 신고가 다수 들어왔는데 왜 분석대응팀 4명이 분석 안 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자에 의한 반복 신고가 있었는데 삼자통화도 안 하고 공청도 안 하고 상황요원이 분석도 안 하고 팀장에 보고도 안 하고 방금 말했듯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 당일 차도로 내려온 시민들을 인도로 이동시켜 밀집도를 높였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송모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은 현장 지휘관으로 있었는데 21시30분이 넘을 때까지도 차도로 내려온 시민들을 인도로 자꾸 올리려고 했다"며 "그런 부분들을 상황실에서 파악하고 현장 지휘관과 연락하고 보고할 수 있었는데 아무 것도 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이 이날 병가를 이유로 현장조사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청장은 "본인(송 실장)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전했다"고 말하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이 "참 진짜"라며 고개를 떨궜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조문한 후 최헌국 목사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중심 잃고 부둥켜 안고…현장조사 첫날 '눈물바다'

앞서 국조특위 여야 의원들은 같은날 오전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과 참사 현장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이들 의원은 검은색 계열의 복장에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소로 이동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붉은색 목도리를 한 채 이날 현장조사를 지켜봤다. 유가족들은 "국정조사, 진실규명"을 외쳤고 의원들을 보자 눈물을 쏟았다. 한 유가족은 의원들에게 "아무도 안 지켜줬지 않나"라며 고개를 떨궜다. 극우단체로 추정되는 이들이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공무원에겐 분향을 갔나"는 등 목소리를 높이며 유족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참사 현장에 도착하자 유가족들의 울음 소리는 더욱 커졌다. 한 유가족은 우 위원장을 향해 "이번에도 똑바로 안 하면 끝"이라며 "의원직을 걸고 (진상규명 등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여당도 야당도 무엇을 했나",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특정 장소를 가리키면서 "저쪽도 (희생자가) 있었는데 왜 안 가나"라며 안타까워하다 순간 중심을 잃고 의원들의 부축을 받는 이도 있었다. 그는 소방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그동안 묵혔던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도보로 이태원파출소로 이동했다. 파출소 내부 공간이 협소해 다수 유가족이 들어가지 못했다. 한 유가족은 "나 막으면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 거기 있었던 사람"라고 오열했다. 일부 여성 의원들이 그를 안고 함께 울었다.

현장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경찰이 안전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한 유가족은 "그 때는 무엇을 하다가 이제 와서 이렇게 하나"라며 때가 늦었음을 안타까워했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특조위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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