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바이오 강국, 디지털 융합으로 가능하다
바이오 분야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하여 기존 바이오 연구와 산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2018년 구글 딥마인드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단백질체의 구조를 예측하는 '알파폴드' 프로그램을 공개했고, 모더나는 빅데이터, 합성생물학 등을 활용하여 기존에 수년 걸리던 백신 후보물질 발굴을 3~4개월 만에 끝내고 임상시험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 첨단 디지털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기술개발과 산업적 기회의 창출이 가능해지는 바이오 대전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편 바이오기술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 9월 '생명공학·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시행을 통해 바이오를 배터리, 반도체 수준으로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앞선 금년 5월 중국은 중국 최초의 국가 바이오경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바이오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우리나라는 그간 정부를 중심으로 바이오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 왔다. 2020년 기준 정부 연구개발 투자 중 바이오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정보통신기술과 유사한 비중이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민간의 투자도 급격히 증가해 왔으며, 2019년부터는 정부의 투자액을 추월하고 있다.
정부가 '바이오 대전환 시대, 디지털바이오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첨단바이오'를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은, 우리 바이오 연구를 혁신하여 글로벌 패권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 볼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월 7일 '디지털바이오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우리나라가 2030년 바이오 선도국가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바이오·디지털 융합기술과 인프라 혁신에 연간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방안이다.
혁신전략의 첫 번째는 바이오와 디지털기술을 융합하여 신기술과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을 활용한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여 바이오 연구와 제조공정의 자동화, 고속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연구하는 새로운 바이오 연구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연구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유전자 편집·제어 기술을 고도화하고, 줄기세포 유전체지도(Atlas) 제작을 추진한다.
세 번째는 디지털바이오의 핵심 자원인 바이오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체계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고품질의 바이오데이터가 생산, 수집, 공유, 활용될 수 있도록 2026년까지 '국가 바이오데이터 스테이션(K-BDS)'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다양한 바이오·디지털 융합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할 예정이다. 바이오 연구와 산업에서 생명과학 지식뿐 아니라 첨단 디지털기술을 갖춘 융합형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넥스트 반도체로 각광받는 바이오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적 성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지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역량이 바이오 역량과 결합된다면, 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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