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늪에 빠진 머스크의 '파랑새'
"새는 풀려났다(bird is freed). 즐겁게 지내자."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10월 28일 트위터 인수를 매듭지으며 자신의 계정에 이 같은 게시물을 남겼다. 그는 인수 전부터 가짜뉴스와 혐오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삭제하는 트위터의 콘텐츠 검열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정치적 올바름에 매몰된 나머지 공론장을 질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남긴 트윗은 '파랑새' 로고로 대표되는 트위터에 '표현의 자유'를 허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인수 뒤 약 두 달이 지난 지금, 머스크의 파랑새는 자유로워졌을까. 누구라도 고개를 저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머스크의 자의적 기준 탓이다. 인수 후 CEO로 취임한 그는 미 의회 폭동을 조장하고,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정지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시켰다. 한편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언론사 소속 기자들의 계정을 일방적으로 정지시켰으며, 자신의 전용기 위치를 추적해온 이용자의 계정도 막아버렸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던 그도 공론장에 인위적 개입을 서슴지 않는 '내로남불'을 선보인 것이다. 파랑새가 자유를 억압당하자 광고주와 이용자들은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그러는 사이 파랑새의 날개도 꺾이고 있다. 머스크는 인수 당시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트위터에 고금리 대출을 떠안겼다. 부채 규모가 인수 전보다 7배 이상 불어났다. 광고주들이 트위터를 등지며 자금난은 더 심해졌다. 머스크는 매출 확대를 위해 유료 인증 서비스 '트위터 블루'를 선보였지만 가짜 계정 확산이라는 역풍만 맞았다. 결국 머스크는 자신이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까지 팔아치우며 트위터에 돈을 대고 있다. 머스크의 파랑새는 동력을 잃은 채 남의 둥지에 기생하는 뻐꾸기 신세가 됐다.
거듭된 논란에 머스크는 인수 이후 54일째 되는 날인 20일(현지시간) 트위터 CEO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후임자를 찾을 시'라는 단서를 달았다. 파랑새는 그의 손을 떠나야 자유롭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사임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
[최현재 국제부 aporia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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