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삼성생명법’ 놓고 박용진 vs 권성동 설전···그 진실은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2. 12. 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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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중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놓고, 여당 당권주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간 박 의원 측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 개편 등을 근거로 이 법안이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는 것이라 주장했는데 권 의원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권 의원은 최근 개인SNS를 통해 이 법안을 ‘삼성해체법’이라 명명하며 “선진국 중 계열사 주식 투자한도를 규제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며, 일본 보험사도 원가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보유액수가 법정 상한선(보험사 총자산의 3%)을 초과하는지 따질 때 보유액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기존 제도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상한선을 넘지 않지만, 그간의 주가상승을 반영한 시가로 계산하면 상한선을 훌쩍 넘겨 삼성생명은 약 26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박 의원은 각국의 금융업권 지분보유한도 규제가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근거로 “시가 평가는 세계적인 흐름”이라 주장해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지만 권 의원은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계열사 투자 한도 규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IFRS17은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에게 유용한 정보 제공이 목적이고, 투자한도 규제는 과도한 지원의 방지가 그 취지”라며 “박 의원은 취지와 목적이 다른 별개 기준을 억지로 엮고 있다. 마치 저울로 거리를 재겠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이다”라 반박했다.

권 의원의 주장처럼 계열사를 과도하게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분한도를 정해둔 국가는 거의 없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법조항이 만들어지던 당시에도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하면 참고할 사례가 없어 일본법을 많이 활용했다. 현재도 주요국 가운데 일본만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으며, 시가가 아닌 원가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 추세를 따져볼만한 국가집단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두 의원간 ‘글로벌 스탠다드’ 논쟁에서는 권 의원의 주장이 참에 가깝다.

이같은 법령취지를 감안하면 지분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할 때 법령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가 허용될 우려도 있다. 계열사 여건이 악화돼 주식 시가가 원가에 비해 낮아지는 기업의 경우 모기업인 금융사가 계속해서 계열사 주식을 매입해 지원해주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법안이 삼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까지 널리 퍼져있어 국민여론도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삼성생명법 관련뉴스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법안에 대한 긍정률은 12.1%에 그쳤다. 반면 부정률은 49.1%에 달했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이 법안도입을 요구하는 측에서는 법령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시가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삼성생명처럼 계열사 주식보유액수가 크게 늘어난 뒤 이를 유지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보유액수 상한을 넘겨 지원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논리다.

박 의원도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계열사 지원을 제한하는 법령이 생겨난 것일 뿐이다. 기업이 보유한 지분을 평가할 때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대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라며 “IFRS17도, K-ICS도 시가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 기준과 법안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이 법안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 “최장 7년의 유예기간동안 금융당국이 승인한 실행계획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게 (법안이 구성)되어 있다. 시장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뒀을뿐더러,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의 길까지 열어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에 특혜를 주기 위해 보험업법에서만 원가기준을 사용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은행법의 계열사 지분한도 규제에서도 원가기준을 활용하고 있다.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은 관련항목에서 “(계열사 지분보유액은) 매매계약에 의한 취득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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