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입양 무효' 첫 재판서 "시간 달라"…유족 "아이 본 적도 없어"
수의 차림에 두 손·다리 모아
"변호인 선임, 기일 더 줬으면"
檢, 형사사건 과정서 증거 확보
유족 "아이랑 찍은 사진 달랑 1장"
"조부모에 맡기고 남자들과 동거"
'계곡살인' 사건으로 원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은해(31·여)가 딸 입양 무효 소송 첫 재판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는 자신의 2심 재판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 "(변론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반면, 검찰 측은 기존 형사사건 재판 과정에서 파악된 증거 등을 토대로 입양 무효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21일 수원가정법원(가사4단독 김경윤 판사)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이은해 딸 A양의 입양 무효 소송에 대한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인 A양의 대리인으로 재판에 참석한 이씨는 옅은 녹색 수의와 마스크, 안경을 착용한 차림으로 재판정에 들어왔다. 피고인석에 앉아 흰색 운동화를 신은 다리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판사를 쳐다봤다.
소송 내용을 확인했느냐는 판사 물음에 그는 "받아봤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소장에 대한 본인 입장과 관련해서는 "지금 형사재판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어려울 것 같고, 변호인을 선임했으니 서면으로 진술하고 싶다"며 "기일을 좀 더 줬으면…"이라고 말 끝을 흐렸다. 피고대리인으로서 입장을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는 취지다.
이씨를 상대로 입양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검찰도 구두 변론을 할지에 대한 판사 질의에 "서면으로 갈음하겠다"며 구체적인 소 제기 취지 등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검찰은 "(이은해에 대한) 형사사건의 증거기록이 본건에 있어서 다수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내용들을 정리해서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A양의 실질적 양육자가 조부모였는지, 입양 당시 가정 조사 내용의 진위 여부 등 주요 쟁점 사항들을 설명한 뒤 20여 분 만에 공판을 마쳤다.
이날 방청석에는 이씨의 전 남편인 고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의 유족들도 참석해 재판 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다.
유족 측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이은해가 1심 재판할 때 고인과 살지 않았다고 했고, 문어발 식으로 남자 4명과 순차적으로 동거했다는 부분도 알게 됐다"며 "입양과 관련해서도 함께 살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게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됐다고 하던데 가족들은 아이를 실제 본 적도 없고 죽은 처남 핸드폰에 아이랑 셋이 찍은 사진은 달랑 1장 뿐이더라"라며 "아이는 처음부터 인천 연수동 조부모(이은해의 부모) 집에서 양육돼온 것으로, 돈 때문에 입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입양 무효 건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22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씨의 형사사건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재판 일정을 다소 늦췄다.
앞서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 5월 이은해를 남편 윤씨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윤씨와의 결혼 전에 이씨가 낳은 딸이 2018년 피해자 윤씨의 양자로 입양된 것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의 양자로 입양된 이은해 딸과 관련한 가족관계 등록사항을 정리해 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가족 측은 "혼인을 전제로 A양을 입양했는데, 이씨의 살인 사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이씨는 고인과 혼인할 의사 자체가 없었고, 혼인 생활을 실질적으로 했다는 내역이 전혀 없다"며 "고인과 이씨 간 법률적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는 딸을 입양하면 윤씨의 보험금 등이 이씨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법리적으로 파양 소송 청구 권한이 없는 유족을 대신해 검찰이 소송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은 애초 인천가정법원에 배당됐지만, 윤씨의 생전 마지막 주소지가 경기 수원시여서 수원가정법원으로 넘겨졌다. 윤씨는 2016년 이씨와 함께 살 신혼집을 인천에 마련했지만, 사망하기 전까지 수원에 있는 한 연립주택 지하 방에서 혼자 지냈다.
계곡살인 사건은 이씨가 공범인 내연남 조현수(30)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했다는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10월 27일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조씨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씨와 조씨, 검찰 측의 항소에 따라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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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pc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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