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떡국 대신 미역국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2. 12. 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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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떡국을 먹으며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것은 오랜 전통이었다. 조선시대 한양의 풍습을 기록한 '열양세시기'에는 나이를 물을 때 '지금껏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고 묻는다는 기록이 있고, 나이를 더하는 음식이라는 뜻에서 떡국은 '첨세병(添歲餠)'으로 불리기도 했다. 나이 먹는 게 싫어서 설날 떡국을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제 떡국은 마음 편하게 먹어도 될 것 같다. '나이를 더하는 음식' 자리는 생일날 먹는 미역국이 물려받게 됐기 때문이다.

'만 나이' 사용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사사건건 대치하는 여야가 오랜만에 합심해 법이 통과됐는데, 그만큼 찬성 여론이 높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출생한 날부터 바로 한 살이 되어 매해 한 살씩 늘어나는 '세는 나이',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연 나이', 생일을 기준으로 1년마다 한 살이 늘어나는 '만 나이' 등 3가지 나이가 쓰이고 있다. CNN은 이를 각각 한국 나이(Korean age), 달력 나이(calendar age), 국제 나이(international age)라고 소개하며, 1977년 12월 31일 태어난 가수 싸이가 2023년 1월 1일에는 세는 나이 47세, 연 나이 46세, 만 나이 45세가 된다는 예까지 들었다.

나이 셈법이 다양하다 보니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민증'을 까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법률적으로는 만 나이가 주로 쓰이지만 음주·흡연 등과 관련한 일부 법은 연 나이를 사용하다 보니 초래되는 혼선도 있었다. 다른 나라와 나이 세는 방법이 다르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세는 나이'는 엄마 배 속에 있는 생명도 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 기간까지 합한 계산법이라는 점에서 '만 나이' 통일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만 나이'를 적용하면 나이가 줄어든다는 점을 반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다가올 새해는 한 살이 늘어나는 대신 한 살이 줄어들면서 맞게 됐으니 마음이 좀 가벼울지 모르겠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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