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플랫폼, 아니 빅테크 규제의 접근법
마치 기존 기업과 전혀 다른
새 경계 대상처럼 착시 야기
만약 '테크기업'으로 본다면
새 잣대가 필요한지도 의문
우선 용어부터 확실히 하자. 플랫폼인가 빅테크인가. 플랫폼은 흔히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혁신적인 사업모델 및 기업들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플랫폼의 특징, 즉 직접 사고팔기보다는 거래 중개에 나서고, 많은 이들이 참여할수록 높은 가치가 창출되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는 사업모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신용카드 등을 생각해 보면 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직접 구매하거나 제작하며, 쿠팡도 상품을 직접 매입해서 재고를 두고 판매한다. 이들을 엄밀한 의미의 플랫폼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여 급성장한 테크기업인 것은 분명하다.
용어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한때는 플랫폼이 되려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주목을 받고 투자가 몰리던 시절도 있었으니 차별화 전략이 의미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와 같은 초대형 사업자들이 부상하면서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플랫폼 이름을 달고 있으면 마치 기존 기업과는 전혀 다른 존재인 것처럼 경계 대상이 되거나, 플랫폼이라면 직접 뛰지 말고 중립적 역할만 해야 한다는 식의 요구도 받게 된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이 플랫폼은 심판과 선수 중 한 가지만 하라고 질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테크기업이라면 디지털 기술을 더 활용하는 기업일 뿐이고, 기존 기업들처럼 사업 방식도 계속 변화한다.
규제를 고려할 때 플랫폼보다는 빅테크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보는 이유도 비슷하다. 거대해진 테크기업의 규제를 검토하는 이유는 그들이 플랫폼이라서가 아니라 '빅'테크이기 때문이다. 일부 테크기업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수준으로까지 커졌다. 그들이 독과점적인 지배력을 얻어 시장에서 이를 남용하지는 않는지, 커진 영향력으로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 보호 등 귀중한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는지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존의 아날로그 기업도 그러한 감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재벌 기업과 함께 성장해온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바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기조를 추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자율규제가 플랫폼이라는 특정 집단을 설정해서 법적 규제를 면제해준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정부는 플랫폼의 갑질을 막으려면 새로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봤고, 나아가 플랫폼을 독립적 유형으로 만들어 누가 규제관할권을 가질지를 두고 부처 간 다툼까지 벌였다. 그러나 테크기업이 그만큼 다른 존재인지, 현행법의 미비점을 파고들어 기존 기업이 못하는 갑질을 해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문제다. 자율규제 기조는 일종의 숙려 기간을 두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다만 용어 선정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정부가 플랫폼 규제 강화 기조로 돌아섰다는 해석도 지나치게 단순화된 면이 있다. 빅테크도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경쟁을 저해하면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하려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은 사업자 간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자율규제 정책과는 결이 다르고, 법 해석을 명확화하는 것이라서 꼭 규제 강화로 볼 이유도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확실한 내용으로 지침을 채울 수 있는지다. 테크기업이라 해서 정말 기존 기업과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지도 잘 따져봐야 한다. 명확하지 않은 지침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만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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