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이승기·흑화 츄, K팝의 민낯··· “‘계약’의 무게감 알아야”[스경연예연구소]

김원희 기자 2022. 12. 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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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노예’와 ‘흑화’라는 안타까운 표현으로 두 가수의 숨겨졌던 이야기가 공개됐다.

K팝이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현재, 이승기와 츄를 통해 스포트라이트 뒤 멍든 일면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각각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이하 블록베리)와 법적 분쟁을 알렸다.

아티스트와 소속사간 분쟁 자체는 적지 않게 있어왔다. 그러나 두 사람의 분쟁은 시작점에 이례적인 미정산 및 갑질 논란이 있었던 게 폭로돼 충격을 안겼다. 이승기는 데뷔부터 함께 해온 후크에 18년간 단 한 번도 음원 및 음반 수익의 정산을 받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소속사 대표의 갑질 등 문제도 잇따라 터져나왔다.

소속사의 퇴출 공지로 논란이 된 그룹 이달의 소녀 멤버 츄는 최근 한 보도를 통해 그 속사정이 공개돼 시선을 모았다. 양측의 갈등은 정산 문제에서 비롯됐다. 2017년 블록베리와 츄는 데뷔를 앞두고 수익은 각각 7:3 비율로, 비용처리는 5:5 비율로 정산하기로 한 전속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해당 계약서대로라면 츄가 소속사 몫의 비용까지 20%를 지게 되는 셈으로, 츄는 지난 3월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츄의 손을 들어줬다.

츄가 이달의 소녀 간판으로 활약하고 있었던 만큼 블록베리 측은 그룹을 유지하기 위한 별건 계약서를 작성했다. 해당 계약서를 통해 앞선 수익 배분률은 츄 70%에 소속사 30%로 뒤집어졌다. 뿐만 아니라 츄가 그룹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건별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 또한 추가됐다.

양측은 스케줄과 수익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곪기 시작한 관계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드러나더니 결국 퇴출과 폭로라는 형태로 터져버렸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렇게까지 온 건 어느 한쪽만 편을 들거나 탓할 수 없는 감정싸움의 결과”라고 한마디로 평했다. 이어 “계약서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다투기 이전에 소속사도 아티스트도 먼저 계약서의 무게감을 생각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데뷔 후 3년까지는 아티스트에게 수익에서 비용을 제하고 주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활동할 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가수가 많다. 들어가는 비용은 많은데 방송 출연료는 크지 않고, 음원이나 음반, 굿즈, 콘서트 티켓 등을 팔아야 돈이 되는데 그게 안 되면 수익이 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때문에 연예계 활동도 계약 문제도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하면 안 되는데, 양측 모두 그 무게감을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K팝 시장이 워낙 성행하고 아티스트가 어릴 때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부모님을 동반한다 해도 부모님이 엔터 관계자나 법적으로 계약을 진행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계약서의 용어나 내용은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된 표준계약서 양식이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설명 없이는 이해가 어렵다. 회사에는 전문가가 있지만 아티스트는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매해 수많은 가수가 쏟아져 나오는데, 계약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나 도움을 줄 기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기획사들 또한 데뷔 때부터 아티스트에게 비용과 수익 처리에 대해 정산 내역을 고지하고, 내역서 보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설명해주며 신뢰를 쌓는 게 서로 좋은 길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쁜 마음을 먹은 회사도 있겠지만 다 같이 잘 되자고 하는 중소 기획사가 많은데,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감정싸움이 얽힌 대응으로 이런 상황이 돼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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