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누리호 3차 발사 준비 '삐거덕'…고정환 첫 민관회의 불참

누리호 사령탑 고정환 본부장, 3~6차 발사 민관 착수회의도 불참항우연 조직개편 내홍 격화 양상…업계서도 여파 최소화달라 우려고 본부장 외부와 소통 단절, 과기부·항우연은 사표 수리 안 한 상황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 사진=뉴스1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내년 상반기 누리호(KSLV-II) 3차 발사를 점검하는 첫 민·관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본부장은 최근 항우연 조직개편에 반발하며 보직 사퇴서를 냈지만, 항우연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퇴를 재고해달라며 사표 수리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항우연 내홍이 격화되면서 누리호 3차 발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등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3차 발사를 포함한 '누리호 고도화사업' 착수회의를 개최했다.

누리호 고도화사업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정부가 항우연에 총 6874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이에 앞서 누리호 개발사업은 2010년 3월부터 1·2차 발사를 목표로 1조9572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10월(발사 실패)과 올해 6월(발사 성공) 두 차례 누리호 발사만으론 성능 검증에 한계가 있어 고도화사업을 통해 누리호를 4차례 추가 발사하는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이 이뤄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과 4차례 공동 발사하며 로켓 설계·제작·발사 기술을 이전 받기로 했다. 항우연이 국책 연구기관으로 사업화를 직접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입찰을 통해 한화가 항우연 기술을 이전 받을 기관으로 낙점됐다.

하지만 이날 열린 누리호 고도화사업 착수회의에는 고 본부장과 오승협·장영순·한영민·민병주·한상엽 부장 등 누리호 개발을 이끈 보직자들이 모두 불참했다. 정부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민간 전문가 등이 모였지만 3차 발사 점검이 사실상 무색해진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항우연 발사체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신규 보직자가 누리호 2차 발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3차 발사 계획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회의에서 항우연 조직개편 여파를 최소화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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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효율화" vs "수족 잘랐다" 항우연에 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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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 조직개편 전후. /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은 지난 12일 누리호 1·2차 발사를 마친 발사체본부 업무가 종료된 만큼, 후속 사업을 준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항우연은 내년 누리호 고도화사업은 물론 2032년까지 총 2조132억원을 투자하는 누리호 후속 '차세대 발사체'(KSLV-III) 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다. 또 재사용 발사체 기술 등의 이슈도 있다.

이에 항우연은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이 생긴 만큼, 로켓 전문인력 270여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예컨대 로켓 설계 인력은 초기 업무 강도가 높지만, 사업 후반부로 갈 경우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업무 분배로 인력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항우연은 발사체연구소로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그 산하에 발사체본부, 고도화사업단, 차세대 발사체 사업단 등을 뒀다. 실제 이상률 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래로 고 본부장에게 조직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누리호 1·2차 발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 시점을 지속적으로 미뤄왔다고 한다. 이 원장은 고 본부장에게 발사체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 본부장은 발사체 개발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기술을 독자 개발해야 한다'는 특성을 강조하며 조직개편에 반발했다. 로켓 기술은 우방국가도 주지 않는 안보 기술인 만큼 본부장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일사분란하게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고 본부장이 현재 어떤 조정을 요구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 본부장이 보직 사퇴서를 항우연이 아닌 과기정통부에 제출했고, 현재까지 휴가를 내고 외부와 소통을 단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고 본부장과 소통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고 본부장은 현재 발사체본부장과 고도화사업단장 올해 말까지 겸직 상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모두 항우연 내홍과 관련해 "우주기술 개발이라는 국가적 대의를 생각해 사태 수습을 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누리호 3차 발사 착수회의에서도 업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요구와는 반대되는 상황이어서 과기정통부의 적극 중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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