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로봇이 밤샘 재고파악 …"수도권 주문 2시간 내 배송"
배낭만한 AI로봇 '스파이더고'
카메라로 상품 수량·상태 체크
천장 레일따라 자동 분류 척척
양재 물류단지 구상과 맞물려
공장서 고객 식탁까지 '원스톱'
"신선 경쟁력, 업계 판 바꿀것"
하림그룹이 전 계열사 사업장에 인공지능(AI) 물류 로봇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내 식품물류의 새 장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림은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하게 될 초대형 물류센터에 AI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집약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제품을 수도권 기준 주문 후 2시간 내에 고객의 식탁에 올리는 D2C(Direct to Customer·소비자 직거래)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21일 식품·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시설을 자동화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전문기업인 SFA(옛 삼성항공 자동화사업부), 스타트업 택트레이서 등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SFA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의 전반적인 시스템 자동화를, 택트레이서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내 재고 관리·음식 서빙 등을 수행하는 AI 로봇 도입을 맡게 될 전망이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하림산업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 일대 9만4949㎡ 용지에 연면적 140만㎡ 규모로 건립을 추진 중인 국내 최대 주상복합 물류단지다.
하림은 전북 익산의 첨단 도계·육가공 공장인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냉장·냉동 창고에 택트레이서의 지능형 재고 관리 로봇 '스파이더고'를 투입해 기술을 실증한 뒤 이를 향후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를 비롯한 전 계열사 사업장에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림은 지난 10월 말 택트레이서와 '물류 자동화 및 ICT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택트레이서의 스파이더고는 거미처럼 움직이는 배낭만 한 AI 로봇이다. 어떤 공간이든 천장에 레일만 설치하면 로봇이 와이어에 매달린 채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카메라를 통해 적재 상품을 스스로 인식해 실시간 수량, 상태 등을 3차원 지도에 표시해준다. 정호석 하림 대표이사는 "냉장·냉동 식품의 콜드체인 재고 관리는 하림을 포함한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요가 상당히 높다. 이번 프로젝트가 오픈 이노베이션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물류센터에서 워낙 많은 종류의 제품을 다량 취급하다 보니 재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공장에서도 실제 수요에 대응해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하지 못해 수시로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의 경우 기간 내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헐값에 팔거나 폐기하면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량의 쓰레기도 부담이 됐다.
반면 AI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면 제품의 입출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재고 관리 미흡에 따른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각종 센서를 통해 온습도 변화, 화재 위험 등을 조기에 감지함으로써 보관 중 제품의 품질 변화를 막고 폐기율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시점이나 지역의 제품 수요를 예측해 맞춤형 생산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하림그룹은 남아도는 재고와 쓰레기를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비자는 언제나 제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택트레이서의 스파이더고는 좁은 공간, 낮은 온도 등 다양한 조건에서 기존 드론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미국 아마존·월마트·코스트코와 네덜란드 이케아 등에서도 업무 미팅을 요청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파이더고는 지난 11월 경남 창원의 반도체·엔진 부품 생산공장에 도입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림과의 업무협약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형인 김기만 하림산업 대표의 러브콜로 성사됐다.
하림은 신선한 원료와 물류 경쟁력을 앞세워 닭고기 전문기업을 넘어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북 익산에 구축하고 있는 '하림푸드 트라이앵글'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와 가공식품 생산 공장인 '하림 퍼스트키친', 국가식품클러스터(푸드폴리스) 안에 건립될 예정인 첨단 식품 가공 플랜트 '하림푸드' 등 3곳이 서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삼각형을 이루며 모여 있다. 퍼스트키친에는 내년 9월 D2C 전용 '온라인 물류센터'도 들어선다.
하림그룹은 하림푸드 트라이앵글과 함께 육상 물류의 핵심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건립 승인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림산업은 지난 7월 서울시 실수요검증위원회의 자문 절차를 마쳤다. 실수요 검증은 물류단지 입주 수요와 입지 적정성, 사업자의 자금 조달·사업 수행 능력 등을 검증하는 법적 필수 절차다. 최종 승인까지는 환경영향평가 심의, 물류단지계획 심의, 건축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5조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하림산업이 서울시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 따르면 회사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사업의 총 사업비를 5조6712억원으로 추산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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