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물류만이 살길"… 소비자직거래 공들이는 식품회사들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2. 12.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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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개선·사업다각화 포석
김홍국 하림 회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류 비용이 크게 높아지면서 주로 유통사에 의존해왔던 식품 회사들도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는 D2C(소비자 직거래) 비중을 높여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유통 사업에 뛰어 들면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국내 물류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일찌감치 D2C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감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물류사로 도약하기 위한 퍼즐을 하나씩 완성해가고 있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용지를 매입한 2015년에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해 곡물 유통에 뛰어들면서 해상운송업으로 먼저 사업을 확장했다. 곡물은 하림의 주사업인 닭고기와 돼지고기 생산에 필요한 사료의 기초 소재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도 뛰어든 바 있는 팬오션은 이달 초 호반건설로부터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5%를 1259억원에 매입했다. 하림그룹에서는 단순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하림이 향후 항공 물류를 식재료 수입 경로 다변화, 제품 수출 등에 활용할 가능성을 점친다.

hy(옛 한국야쿠르트) 역시 발효유 전문기업을 넘어 종합유통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전동카트로 제품을 배송하는 프레시 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와 자체 물류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한 물류 사업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신선식품에 이르는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면서 프레딧 배송 서비스는 hy의 새로운 역점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식 자사몰을 키우는 기업들도 눈길을 끈다. 롯데제과는 자사몰 '롯데 스위트몰'의 이용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제과업계 최초로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론칭한 데 이어 '월간 생빵'(빵류), '월간 아이스'(빙과류) 등 구독 서비스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롯데 스위트몰 외 현대카드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더욱 넓혔다.

17%(2020년 기준)에 달하는 식품업계 최고 이익률을 자랑하는 오리온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외 법인들의 원·부재료 공급망 등 물류를 통합 관리하는 한편, 효율적인 재고 관리에 공들여 수익구조를 개선해왔다. 실제 판매 데이터로 제품 수량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해 생산에 반영했다. 현재 오리온의 반품률은 0.5%에 불과하다.

전국 매장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외식업에 집중하던 프랜차이즈업계도 D2C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 5월 공식 자사몰인 'BBQ몰'을 오픈하고 다양한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내놨다. 각 가맹점에 공급해 판매하던 치킨 메뉴는 물론 닭발·닭볶음탕·닭갈비·볶음밥 등을 간편식으로 만들어 공장에서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통 단계를 간소화할수록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송경은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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