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 측 “아동 입장 생각 못한 점 변명의 여지 없어” 사과

의붓딸을 향한 아빠의 과도한 신체 접촉으로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결혼지옥’ 측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방송을 보고 딸을 걱정하셨을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출연자들의 방송 후 상황과 입장을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해당 영상이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재가공 및 유통돼 출연자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영상을 먼저 수정할 수 없었던 점을 널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해당 방송은 재혼 부부가 가정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며 “아내는 남편을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행동을 수긍하지 못해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에 제작진은 이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해 전문가 분석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결혼지옥’ 측은 “부부 문제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된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아동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진행되는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했다”며 “그 내용이 상당 부분 편집돼 오은영 박사와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은 제작진의 불찰이다. 앞으로 실제 녹화 현장 분위기가 온전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해당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지속해 살필 것이라고 제작진은 밝혔다. 제작진은 “아동에게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9일 방송된 ‘결혼지옥’에서는 의붓딸에게 장난을 친다고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하는 한 아빠의 모습이 공개되며 아동 성추행 논란이 일었다. 시청자들은 이를 여과 없이 내보낸 제작진을 비판하며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청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이 들어오자 전북 익산경찰서가 사건을 접수했다. 현재 이 사건은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로 넘어왔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