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중국산 원가절감'에 제동 건 한종희…갤럭시폰 달라질까

장유미 2022. 12. 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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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에 기술력·브랜드 가치 향상 주문…AP개발팀 신설·디자이너 영입 등으로 변화 예고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중국산 부품 도입으로 '원가 절감'에 주력했던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 사장의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을 이끌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이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며 노 사장의 전략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지난 15일 MX사업부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주요 임원진을 향해 스마트폰 전략의 개편을 요구했다. 최근 애플과 중국업체 사이에 낀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가 절감보다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향상에 신경을 써 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 부회장의 이 같은 지침은 지난달 열린 DX부문 경영진 회의에서도 강조됐다. 한 부회장은 당시 "원가 절감에 얽매이지 말고 스마트폰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전 부서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는 노 사장이 펼쳤던 스마트폰 전략과 상반되는 것이다. 노 사장은 중국산 부품 도입을 통해 원가 절감 전략을 적극 펼쳤다. 코로나19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자 비용을 줄여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인 '갤럭시Z4' 시리즈의 배터리 공급사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중국 ATL을 선정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가 3개 협력사 배터리를 한꺼번에 조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출시했던 폴더블폰 배터리 초도 물량은 삼성SDI에서 공급해왔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 고려와 함께 중국발 물류 대란 이후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배터리 공급업체를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와 ATL은 과거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한 때 거래 관계가 끊기기도 했다. 이후 ATL은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와 '갤럭시M' 시리즈에 배터리 공급을 재개했고,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21' 시리즈 제품 일부에도 배터리를 탑재시켰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도 중국산을 적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저가 모델에 이어 중급 스마트폰에도 중국 디스플레이 탑재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갤럭시M' 시리즈에 BOE와 CSOT의 OLED 패널을 시범 적용한 후 '갤럭시A' 시리즈에서도 두 회사와 손을 잡았다.

특히 BOE와의 협력을 더 강화하는 모양새다. BOE는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M52'에 OLED를 공급하며 삼성전자 스마트폰 OLED 공급사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난 3월 해외서 출시된 '갤럭시A73'와 '갤럭시A23'에도 OLED 패널을 공급했다. BOE가 '갤럭시A' 시리즈에 OLED 패널을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BOE와 CSOT는 작년까지만 해도 양사 합쳐 100만 대도 수주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각각 300만 대 이상 물량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OE는 지난해 삼성전자에 약 60만 대의 OLED 패널을 공급했으며 일각에선 올해 약 500만 대까지 공급량을 늘릴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익성 방어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듯 하다"며 "지금까지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점차 중국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듯 하다"고 말했다.

삼성 갤럭시 S22+ [사진=삼성전자 ]

이 같은 움직임은 '갤럭시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관측된다. '갤럭시워치'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 생산을 전담해왔지만, 삼성전자는 BOE에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워치6' 패널 생산을 정식 요청하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워치5'까진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이 적용됐다.

또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인 '갤럭시Z'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할 OLED 패널 제작도 BOE와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폴더블폰에 탑재될 중국산 스마트폰 패널 비중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인 '갤럭시A', '갤럭시F', '갤럭시M' 시리즈의 일부 모델도 중국 윙텍, 화친 등과 합작개발생산(JDM), 제조자개발생산 등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내년 JDM 물량도 올해(5천만 대)보다 늘어난 5천986만 대로 잡았다. 노 사장 취임 후 본격화한 JDM 물량 확대 기조를 유지키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까지 전체 생산물량 중 JDM 비중이 6% 남짓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전체 생산 물량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외주 생산 물량 비중은 기존 연간 10% 수준이었다"며 "올해와 내년에는 최대 30%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나선 것은 노 사장 취임 이후 수행된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강화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삼성전자 MX사업부는 2021년 매출 109조2천500억원, 영업이익 13조6천500억원으로 2014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올 초 논란이 됐던 'GOS 사태' 역시 수익성 강화 전략에 따른 문제였다고 보고,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몇몇 투자자들을 통해 지적받기도 했다. 주총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원가 절감을 통한 이득 확보는 사업에서 분명 중요한 가치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점을 고려한다면 노 사장이 추진했던 원가 절감 전략 역시 적당한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A23'과 중국 샤오미가 4월 출시한 '레드미노트11프로'를 비교하며 삼성전자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갤럭시A23'보다 '레드미노트11프로'에 삼성전자 부품이 더 많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돼서다.

실제로 '갤럭시A23'은 BOE가 만든 LC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반면, '레드미노트11프로'에는 단가가 더 비싼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또 '레드미노트11프로' 카메라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제작한 108MP 센서가 들어간 반면, '갤럭시A23'의 카메라 센서는 중국 서니옵티컬(순우광학테크)이 제조한 50MP OIS(손떨림보정기능) 메인 카메라가 탑재됐다.

이처럼 무리한 원가 절감 전략 탓에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라인업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면서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애플에 빼앗겼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00달러 초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전년 대비 5%포인트 오른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에서 17%로 줄었다.

올해 4분기엔 글로벌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선두 자리를 애플에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이번 4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24.6%로 1위를 차지하며 삼성(20.2%)을 따돌릴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이 1위에 올라선 것은 1년 만이다.

삼성이 1위를 지키고 있는 400달러 미만 중저가 시장에선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위협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중저가 제품에 프리미엄급 부품을 탑재하는 등 ‘물량 공세’를 펼치며 이 시장을 상향 평준화시키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아이폰 선호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겐 불안 요소로 꼽힌다. 한국 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53%는 아이폰을, 44%는 갤럭시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향후 구매할 브랜드로도 '아이폰'을 선택한 청소년들이 더 많았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젠지)' 사이에서의 '아이폰' 인기가 더 높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갤럭시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을 들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로운 [사진=삼성닷컴 홈페이지 캡처]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시리즈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스마트폰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올 초 성능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의식해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전담 조직인 AP솔루션개발팀을 신설했고, 이일환 메르세데스-벤츠 총괄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MX사업부 디자인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디자인경영센터장도 겸직하게 됐다.

또 지난 15일에는 MX사업부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아이폰'에 비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갤럭시' 시리즈의 보안 기능도 최근 운영체제 '원UI5' 업데이트를 통해 대폭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 사장이 수익성 강화 전략으로 실적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원가 절감'만 너무 앞세운 탓에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갤럭시S·A·M·F 등으로 라인업을 다양화 한 것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떨어지게 만든 요소란 점도 삼성전자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이번 한 부회장의 지시와 삼성전자의 개선 노력이 시장에서도 통할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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