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태 불성실' 어느 검사의 하소연 [박솔잎의 검찰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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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중경단은 당초 피해액이 수억원을 넘는 사기·횡령·배임 등 난도가 높은 경제 사건을 15∼20년 수사 경력을 갖춘 선임 검사에게 맡기겠다는 취지로 2014년 1월 서울중앙지검을 시작으로 전국 검찰청에 확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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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중경단(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은 정식 부장도 아니고 사실 사직을 고민하는 자리라…"
1년 넘게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아 징계 처분을 받은 현직 부장검사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사직을 고민하는 한직이라고 해서 근무태만에 면죄부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주요 보직에서 밀려난 입장인 그를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요직과 한직, 특수와 비(非)특수로 갈라진 검찰의 단면이 그에게서 엿보였다.
동기들이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까지 올라가며 일선에서 활약할 때 그는 3년간 비직제인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에서 근무했다.
2020년 8월부터 2021년 11월 사이 무단 지각과 무단 퇴근을 반복하면서 내부고발이 이어졌고 결국 이달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근태 불성실로 현직 검사가 문제가 된 사례는 거의 없다. 징계위원들도 이례적인 사안을 두고 난감해 했다고 한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한직을 전전하면서 의욕을 잃어버린 부장검사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기는 위원도 적잖았다는 후문이다.
중경단은 2014년 1월 설치돼 8년 넘게 비직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7월 중경단을 정식 직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뚜렷한 결과가 없었다. 감사원은 올 3월 최대 5년의 존속 제한을 넘어선 중경단을 두고 검찰에 폐지를 권고했다.
중경단은 당초 피해액이 수억원을 넘는 사기·횡령·배임 등 난도가 높은 경제 사건을 15∼20년 수사 경력을 갖춘 선임 검사에게 맡기겠다는 취지로 2014년 1월 서울중앙지검을 시작으로 전국 검찰청에 확대 설치됐다. 설치 초기였던 2015년 12월에는 인천지검에서 중경단이 관련 사건 471건 가운데 411건을 해결했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중경단이 지금처럼 검찰 내 대표적인 좌천성 자리로 굳어진 것은 문재인 정부 때 정부에 쓴소리를 해온 검찰 인사들이 중경단으로 줄줄이 좌천되면서부터였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서 윤 총장 측 증인으로 참석한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의정부지검 형사1부장 등이 줄줄이 일선 검찰청 중경단 부장으로 발령났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눈밖에 난 검사들이 중경단에 배치되는 사례는 여전하다.
현재 중경단은 전국 16개 검찰청에서 운영 중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는 2개의 중경단이 있다. 소속 인원은 10명으로 평균 기수는 사법연수원 기준으로 27.4기다.
30년 가까운 법조 경력의 노하우가 만만할 리는 없다. 빛이 나진 않지만 오늘도 민생 사건에 치여 하루를 꼬박 지새우는 후배 검사들을 중경단 검사들은 매일같이 보고 있다.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검사 증원까지 계획하고 있는 시점에서 베테랑 검사들의 역량이 묵히고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쳐 중경단 검사들이 느낄 답답함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박솔잎 기자 soliping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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