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 유도 ‘뽑기게임’ 규제 막은 野 김윤덕...게이머들 “탈당하라” 분통

최혜승 기자 2022. 12. 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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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정보 공개’ 게임법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 무산
민주당 내에서도 “허망하다”… 與하태경 “민주당 뒤통수”
김윤덕 “자율규제가 잘 되고, 외국기업 비교 역차별 우려도”
확률형 논란 당시 등장한 트럭 시위 /조선DB

스마트폰·PC 등 전자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법안소위 문턱에서 좌절됐다. 여야 의원 모두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정리된 분위기였으나,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의 반발에 부딪혀 엎어졌다. 같은 당 이상헌 의원은 법안소위 이후 페이스북에 “허망하다”고 토로했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게이머 위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민주당이 뒤통수 쳤다”고 적었다.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게임 이용자들은 김 의원 블로그에 항의 글을 남기고 있다. 김윤덕 의원실 관계자는 “규제 반대가 아닌 법안을 보완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일 오후 법안소위를 열고 이상헌, 유정주, 유동수, 전용기(더불어민주당), 하태경(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법 5건에 대한 병합 심사를 진행했다. 이 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를 명시하고 게임사가 확률 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속에서 사용하는 캐릭터, 무기 등을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지급받는 유료 아이템이다. 그간 게임사들이 불투명한 확률 정보를 통해 이용자들의 과도한 ‘현질’(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한다는 게임 용어)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를 이유로 반대해왔다.

그러다 게임 이용자들이 지난해부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트럭 항의 시위를 전개했고 관련 법안 논의가 물살을 탔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16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언급해 법안 통과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한 장관은 지난 정권 하에서 좌천성 발령을 받은 뒤 확률형 게임을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여야 의원들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 근거를 마련하는 데 찬성했다. 그러나 문체위 간사인 김 의원이 신중론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법안 통과는 무산됐다. 김 의원은 ‘업계의 자율규제가 잘 되고 있으며,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면 산업에 피해가 갈 수 있고, 해외 게임사와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통과가 무산되자 게임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게임 웹진 인벤에는 “자율규제가 안돼서 이 난리인데 또 자율이냐” “민주당 의원들 모두 찬성했는데 혼자만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 “도대체 얼마나 더 신중해야 하느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친민주당계 온라인 IT 커뮤니티인 클리앙에서도 “당론이 찬성인데 의원 개인 의견을 들어 무산시켜서 되느냐” “당론을 무시하는 것” “소비자보다 게임 기업이 우선이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 의원을 기억해뒀다가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의원의 블로그에는 “게임이 우습나” “탈당하라” 등 항의성 댓글이 30개 달렸다.

문체위는 다음 법안소위를 통해 최우선으로 게임법 개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남은 일정상 연내 처리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당 이상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 막바지에 법안 통과가 지연돼 너무 아쉽고 허망하다”며 “심지어 같은 당에서 반대가 있다니 더 당혹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은 5개 중 4개가 민주당 법안”이라며 “게임법 개정은 민주당 반대로 실패했으나 게임 이용자 보호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밝혔듯 ‘디지털콘텐츠계약법’을 통해서도 실현 가능하다”고 적었다.

앞서 법무부는 디지털콘텐츠와 관련 서비스에 관한 거래를 규율할 디콘계약법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지난 1일 입법예고했다. 법무부의 이번 개정안은 소위 ‘가챠 게임’으로 불리는 뽑기형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희귀 캐릭터 또는 아이템을, 돈을 써서라도 얻고싶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이용해 등장 확률을 조작하는 경우를 방지하는 것이 개정안의 목적이다.

김윤덕 의원실 관계자는 21일 조선닷컴에 “이재명 당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법안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며 “다만 모니터링 문제, 해외 게임사업자 규제 등에 대한 대안이 부족해 이를 보강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 당황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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