童詩에선 아이가 그린 붕어도 헤엄
63편 담은 '올해의 좋은 동시'
"지금은 동시의 만화방창 시대"
'어항을 그리고/ 물풀을 그리고/ 금붕어 한 마리를 그리고// 그리고/ 출렁출렁/ 물결을 그려 주었더니// 글쎄,// 빨간 지느러미가 살랑살랑/ 헤엄치기 시작했어/ 살랑살랑/ 정말.'
강기원 시인의 '빨간 정말'이란 동시다. 문예지 '시와 동화' 2022년 여름호에 실린 작품인데, 이 동시를 시답게 만들어주는 장치는 분명히 거짓말임에도 그런 일이 한 번쯤 있었으면 하는 동화적 상상력일 것이다.
이 동시를 비롯해 지난 한 해 동안 어린이의 동심을 붙든 동시 63편이 문인들에게 '올해의 좋은 동시'로 꼽혔다.
출판그룹 상상은 21일 '올해의 좋은 동시 2022' 출간을 발표했다. 권영상·김제곤·안도현·유강희·이안 선정위원은 간담회에서 "한 해 동안 출간된 동시를 면밀히 살펴보니, 우리 동시는 여전히 살아 펄떡이고 있었다"면서 "지금 은 동시의 만화방창(萬化方暢·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동시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륭·박성우·백창우·손택수·원성은 등의 동시가 한 권으로 꿰매졌다.
권기덕 시인의 동시 '다 지나갔어'는 학교에 갇힌 아이들에게 교실 밖 세상으로의 해방을 주장한다. 아마도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 창밖으로, 기괴하면서도 들뜬 호기심을 자극하는 '숫자 괴물'이 지나간다. '언제?'라고 되묻지만 들려오는 답은 '다 지나갔어'뿐이다. '진짜?'라고 묻지 않고 '언제?'라고 묻는 마음엔 순수성이 묻어난다. 숫자 괴물에 이어 늑대만 한 다람쥐, 트리케라톱스가 등장하더니 이윽고 햇살 속에서 함박눈까지 내린다. 아이는 그런 풍경을 죄다 놓친다. 후반부에 시인은 쓴다. '창밖도 좀 봐! 다 지나가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겐 지나가기 전에 봐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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