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실상 금리인상…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기사내용 요약
엔화 강세에 해외 자산 청산 이어질 듯
글로벌 채권 금리상승→국내 채권 금리↑
미일 금리차 축소로 엔화 강세
전문가들 "단기적으로는 영향 불가피"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전세계 각국의 긴축기조에도 불구하고 엔저를 유지해온 일본이 장기금리를 인상하는 등 사실상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 약세에 연동돼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시장 금리는 큰 폭 상승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2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일본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0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10%로 동결했으나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치 허용 범위를 종전 ±0.25%에서 ±0.5% 범위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연간 상장지수증권(ETF) 매입 한도는 기존 12조 엔으로 유지했다.
이는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0.25%로 제한했던 것을 0.5%까지 확대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상과 동일한 수준의 조치로 받아 들여졌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유럽 등 전세계 주요국의 금리인상에도 끝까지 움직이지 않으며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일본마저 기조를 전환했기 때문이다.
발표 직후 엔화 가치가 4% 이상 급등하며 일일 상승폭 기준으로 24년 만에 가장 큰 폭 올랐다. 지난 10월 달러·엔 환율이 달러당 150 엔을 상회한 이후 현재 132엔까지 급락하면서 약 12% 가량 엔화 절상이 이어진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엔화 상승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으로 원화 가치가 큰 폭 오르고 채권 금리도 급등했다. BOJ 정책 변경 후 이틀 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2원 하락하며 1285.8원까지 내려갔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장보다 0.140%포인트 상승한 연 3.685%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208%포인트 오른 연 3.603%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이 일본은행 조치에 영향을 받으면서 채권금리 상승,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과 초저금리로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엔케리 트레이드 자금을 청산하고 본국으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매도로 이어질 수 있어, 글로벌 각국의 채권 금리 상승으로 연결된다. 일본과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원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남아있음을 고려할 때 미일 금리차 축소에 따른 엔화 강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에 따른 일본 이외 해외 자산의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일본 보유 비중이 높은 미국 국채 매도와 이에 따른 미 국채 금리 상승 대한 우려가 이어져 국내 국채 금리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행 정책 변화로 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미일 금리차 측면에서 엔화의 약세 요인이 되는 상충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인한 엔화 강세가 원화 강세 압력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있다"며 "연준의 속도조절 가능성에 이번 BOJ회의 결과가 이어지며 달러화 약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정책 변경으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단기적으로만 적용되고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는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적극적으로 견제해 온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늦은 긴축으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는 일본의 물가 여건이 안정적이었으나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꾸준히 상회하는 등 기존과 같은 통화완화 고수하기에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은행의 정책 변경은 미국이나 유로존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정한 기간을 두고 사이클을 형성하는데 반해 연속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단기에 그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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