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R과 I의 공포는 내년에도 혼재…1兆 확보해 초기 스타트업 공략"

이시은 2022. 12. 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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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펀드레이징에 주력
동남아·인도펀드 추가 결성
CEO 직속 'KBFC'도 두각
초기 스타트업 장기투자 지속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R(Recession·경기 후퇴)’과 ‘I(Inflation·물가 상승)’의 싸움이 이어질 것입니다. 거시 경제 변동성에 덜 민감한 초기 기업을 다시 들여다볼 때입니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1일 “다음 달이면 내년 투자를 위한 드라이파우더(펀드 미소진자금) 1조원을 확보하게 된다”며 “내년 상반기에 설립 2~3년 이하의 초기 기업에 선별적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김 대표에게도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자산 가치 급등과 추락을 이렇게까지 급격히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올해로 벤처 투자 일을 시작한 지 26년째다. 그동안 그는 고금리 위기도 여러 번 헤쳐 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낳은 유동성과 이후의 급격한 금리 상승 속도는 그 역시 생소했다.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 내실을 다질 때다” 싶었다. KB인베스트먼트가 올해 펀드레이징 작업에 주력했던 이유다. 고금리에 출자자(LP)들 태도도 보수적으로 변했지만 성과는 있었다. 결성이 끝난 ‘KB 스케일업 2호 펀드‘, 다음 달 만들어질 ’글로벌플랫폼펀드 2호‘만으로 각각 1800억원과 2500억원을 모았다. 통신 3사와 함께한 400억원 규모 ESG펀드도 있다. 드라이파우더는 내년 초 1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2조 4000억원 수준이었던 운용자산(AUM) 역시 같은 기간 2조 9000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목표였던 벤처캐피털(VC) 부문과 사모펀드(PE) 부문의 협업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시장 자체가 어렵다 보니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기 어려웠다. 대신 역점에 두었던 조직이 KB파운더스클럽(KBFC)이다. 지난 4월 결성한 300억원 규모 펀드의 소진율이 이미 70%를 넘었다.

KBFC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연초 출범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CEO 직속 조직으로 꾸렸다.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주도해온 이지애 상무가 사령탑을 맡았다. 변리사·반도체 엔지니어 출신 심사역이 합류했다. 개발자 소셜 플랫폼 ’디스콰이엇‘ 등 40개 스타트업 투자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김 대표는 “바이오·디지털 자산 테마가 침체했던 올해 투자 시장에서 정보기술(IT)을 매개로 한 초기 기업 투자가 잘 정착했다”고 강조했다. KBFC의 기여로 현재 KB인베스트먼트의 약 400개 포트폴리오 중 20% 이상이 초기 기업이 됐다.

핵심 과제였던 역외펀드도 순항 중이다. 2020년부터 본격화한 해외 투자는 현지 운용사와의 파트너십 강화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첫 해외 공동GP(Co-GP) 펀드가 성공리에 운용되며 다음 달 1500억원 이상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국영통신사 텔콤그룹 계열의 MDI벤처스와 함께하고 있다. 인도 역시 관심 국가다. 국내 투자사 파라마크벤처스와 만든 1450억원 규모 펀드는 일부가 4배가 넘는 투자 배수(멀티플)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인도 현지 운용사와 700억원 상당의 신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지 직원도 채용한다.

혼탁한 시장에서 내년도 준비 마쳤지만 김 대표는 “예측이 어려운 1년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른바 ’R의 공포‘와 ’I의 공포‘가 언제쯤 서로 간 우위를 점할지가 투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반기까진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문제 해결법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해 경기 민감성이 덜한 초기 기업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전략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은 단기의 공포지만 저성장은 장기의 공포”라며 “결국 고금리에 익숙해지고 나면 또 다른 ‘상대적 고수익’인 성장금융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멀티플을 낼 수 있는 좋은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것이 제반 조건”이라며 “내년 하반기엔 더욱 규모가 있는 성장 기업에 합리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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