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홀로 '휘청' 롯데케미칼…경영진 '미워도 다시 한번'

신성우 기자 2022. 12.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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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대표 유통기업인 롯데그룹의 계열사 중 매출이 가장 많은 회사는 유통계열사가 아닌 화학계열사, 롯데케미칼입니다.

수소에너지사업과 전지소재 사업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분야까지 맡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에 보내는 애정, 정말 남달랐던 것일까요.

젊은 피를 앞세우고 외부 인사까지 수혈하며 올해도 전면 쇄신에 들어간 롯데그룹 전반의 인사에서도 롯데케미칼의 대표 3인방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석유화학의 업황 부진에 실적은 부진했지만 한 번 더 기회를 부여받은 셈입니다.

여기에 이번 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에 이름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면 교체가 아닌 경영진 유임을 택한 롯데케미칼 소식, 산업부 신성우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올 한 해 롯데케미칼의 성적표부터 들여다봐야 할 텐데 상당히 초라했죠?

[기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만 약 3,600억 원으로 체면을 구겼습니다.

올해 1분기를 제외하고 2분기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특히 3분기 영업손실만 약 4,2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창사 이후 최악 수준의 적자를 냈습니다.

올해 누적 매출액은 약 16조 8,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늘며 그룹 내 매출 1위를 지켰지만 영업이익은 롯데 쇼핑 등 다른 주요 계열사에 못 미쳤습니다.

글로벌 수요가 급감해 수익성이 감소한 영향입니다.

[앵커]

업황 자체의 부진 영향이 있다는 건데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올해 성적이 어떤 겁니까?

[기자]

LG화학은 배터리와 바이오 등 신사업을 앞세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약 2조 8,000억 원을 거뒀습니다.

올해 3분기만 놓고 보더라도 전지 재료 등 첨단소재 부문에서 약 4,100억 원, 배터리 부문에서 약 5,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롯데케미칼의 지난 분기와 상당히 비교됩니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의 올해 3분기 성적표를 두고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부진한 석유 화학 업황의 영향을 상쇄했다고 보는데요.

결국 롯데케미칼이 경쟁사에 비해 아직 이렇다 할 신사업이 없다는 게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재무 부담도 늘어나고 있죠?

[기자]

우선 2차 전지 소재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내년 2월까지 2조 7,000억 원을 마련해야 하고, 오는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약 5조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에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는데요.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달 1조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떠안았습니다.

[앵커]

현재 롯데케미칼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건데, 그럼에도 경영진 3인방은 모두 유임됐죠?

[기자]

롯데케미칼의 대표는 총 4명인데, 이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경영진 3명 모두 유임됐습니다.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거둬 교체설이 돌았지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받은 것인데, 롯데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인적 쇄신을 단행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롯데제과 대표에는 외부 인사인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이 내정됐고, 롯데멤버스에는 신한금융지주 출신인 김혜주 신임 대표가 내정됐습니다.

그밖에 롯데호텔, 롯데 홈쇼핑, 롯데면세점, 롯데하이마트 등 계열사 다수의 대표이사들이 교체됐는데요.

이에 반해 내년으로 황 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2년째, 3년째 대표 자리를 유지하고 김교현 대표는 무려 6년째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앵커]

그룹 계열사 중 홀로 휘청였음에도 유임된 것인데, 그 이유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올해 초 터진 예상치 못한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봉쇄 장기화로 인한 수요 부진 등 대외 환경 여파가 실적에 타격을 준 것이다 보니 경영진에 직접적으로 책임소재를 따지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약 1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는 만큼 한 번 더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유임에는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롯데케미칼이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와 사업 확장을 도맡아 했던 기존 경영진으로 안정적인 진출을 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영준 대표와 황진구 대표는 각각 지난 3월 신설된 전지소재사업단과 수소에너지사업단을 맡아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교현 대표는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진두지휘해왔습니다.

[앵커]

한편, 이번 롯데그룹 인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죠,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가 처음으로 한국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죠?

[기자]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5월 상무보에 오른 지 7개월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건데요.

그간 수소 에너지, 배터리 등 신사업 분야를 맡아왔는데 이 공로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앞으로도 신사업 부문을 맡아 롯데케미칼의 체질 개선에 힘쓸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신유열 상무는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의 베트남 출장길에 동행하는 등 서서히 대외 반경을 넓히고 있는데요.

이번 승진을 두고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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