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포커스] 에이비엘바이오 '1.3조 신기술' 1상부터 '삐걱'…최선·최악의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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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이비엘바이오라는 바이오 업체가 있습니다.
투자를 오래 하신 분들에게는 꽤 익숙한 회사일 텐데, 몇 년 전 제약바이오 대기업도 쉽사리 하지 못하는 규모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터뜨려 많은 주목을 받았던 곳입니다.
그런 에이비엘바이오의 미국 임상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정확한 현재 상황과 전망을 취재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이광호 기자 나왔습니다.
기본적인 정보들부터 정리해 보죠.
에이비엘바이오에는 어떤 기술이 있는 건가요?
[기자]
에이비엘바이오는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의 가장 어려운 지점 중 하나를 해결한 국내 업체로 주목받은 곳입니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을 치료하려면 뇌로 가는 약을 개발해야 할 텐데, 뇌는 인체가 판단하는 여러 유해 물질을 아주 강도 높게 걸러내는 장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약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뇌로 제대로 전달되는 건 0.1%밖에 안 될 정도인데요.
그래서 이 장벽을 넘어가는 기술이 그만큼 주목받았는데, 이를 BBB셔틀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비유하면 중요한 물건을 싣고 해외를 나가야 하는데 자동차로 갈 수는 없으니 그 물건을 실을 배나 비행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에이비엘바이오는 로슈 등 다른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해, 인간 대상 임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노피에 1조 3천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뤄냈습니다.
[앵커]
기술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건데, 현재 상황은요?
[기자]
일단 기술수출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임상 1상까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이후에는 사노피가 맡아서 진행하는 구조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에이비엘바이오가 연구를 더 진행해서 지난 10월 미국 FDA에 파킨슨병 대상 임상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FDA의 답변은 '보류'였습니다.
이에 회사가 11월 4일 보완을 마쳐 다시 신청했지만 일단 11월 21일에 최종적으로 부분 보류 결정을 받아들였습니다.
[앵커]
뭐가 문제였습니까?
[기자]
핵심 쟁점은 용량이었습니다.
임상시험이 대부분 어떻게 진행되냐면, 초기 임상인 1상에서는 실험 집단을 나눠서 여러 가지 용량을 투여해 보고 최적의 용량을 찾아내는 작업을 거칩니다.
용인 가능한 부작용 수준을 유지하면서 효능이 가장 좋은 용량을 찾아내는 건데요.
그런데 최고 80㎎로 신청했던 10월의 최초 임상에 대해 FDA가 너무 고용량이라는 의견을 낸 겁니다.
구체적으로 20㎎ 이상에는 난색을 표했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여 저용량으로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내려진 FDA의 부분 보류는 변경 신청 이전에 제출했던 최고 80㎎ 용량의 신청 건에 대해서 나온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앵커]
그냥 거절도 아니고 용량이 문제다, 이게 흔히 발생하는 일인가요?
[기자]
보통은 앞서 동물에게 훨씬 높은 용량으로 독성 시험을 하기 때문에 흔히 벌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쥐 실험에서 1㎏당 200㎎, 원숭이는 100㎎을 주 1회씩 4주간 투여하는 실험을 이미 진행했습니다.
그런데도 보류 판정이 나온 건데, 업계에서는 과거 출시됐거나 허가를 앞두고 있는 다른 치매치료제의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FDA가 뇌 질환 치료제에 보수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초의 치매치료제로 불리는 아두헬름은 뇌 안에서 미세출혈이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고, 치매의 원인물질뿐 아니라 사고력을 담당하는 물질까지 함께 파괴하는 걸로 추정돼 효능도 기대만큼 좋지 않았거든요.
또 3상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레카네맙'이란 성분의 약이 있는데, 이 역시도 부작용을 겪은 환자가 17.3%로 위약의 9%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특히나 뇌혈관 장벽을 쉽게 뚫는 BBB셔틀 기술을 기반한 첫 임상으로, 뇌의 약물 농도가 기존 약들보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FDA가 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앞으로 에이비엘바이오의 계획은 뭔가요?
[기자]
일단 저용량으로 할 수 있는 임상부터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회사의 계획 중에 두 번째, 용량 20㎎ 이하로 임상을 진행하게 되는데, FDA와의 미팅을 통해 저용량 임상은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이에 저용량 임상을 위한 약이 20일 기준으로 미국에 이미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고요.
1월부터 사람 투약을 시작해 저용량 임상이 6~7개월 진행되고, 그 사이에 고용량 투여도 문제가 없다는 동물실험 등의 추가 연구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고용량까지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계획대로 잘 진행이 될까요?
[기자]
이게 잘 된다면 회사의 계획대로 다만 몇 개월 늦어진 채 임상 1상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겠죠.
혹은 저용량만으로도 계속해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도 회사 입장에선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고용량이 안전하다는 걸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 상태에서 저용량에서도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거나 차기 임상을 돌입했는데 효능이 크지 않다면 문제가 커집니다.
결국은 개발이 멈추고 다시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첫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지금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수출 계약 총액이 10억 6천만 달러, 약 1조 3천억 원인데, 현재 수령한 금액은 9,500만 달러, 아직 총액의 9% 정도에 불과합니다.
다만 에이비엘바이오는 "비임상 실험 당시 독성반응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고용량 실험도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고용량 데이터가 극단적으로 나오더라도 저용량에서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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