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개미 옆에 기관투자자...순매수 종목 절반 이상 손실
운송·제약·금융지주 하락 이끌어
소비재 기업들로 겨우 체면치레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30개 중 주가가 ‘본전을 넘은’ 주식은 절반에 못 미치는 13개로 집계됐다. 수익률은 지난 20일 해당 종목들의 종가와, 순매수 평균가의 비교로 이뤄졌다. 순매수 평균가는 이 기간 순매수 거래 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눈 수치다. 기관투자자들의 대략적인 매수 단가를 보여준다.
하락한 17개 종목 중에서는 운송·제약·금융지주들이 눈에 띄었다. 30개 종목 중 가장 높은 하락률을 안겨준 종목 한진칼(43%)을 비롯해 하락률 29%를 기록해 3위에 오른 팬오션 등이 운송주에 해당한다. 운송주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기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운임료가 상승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가 올해 하반기 초 하락한 바 있다. 중국 리오프닝 기대 등을 이유로 최근 1달여새 주가가 회복하고 있으나 기관투자자들의 매수 단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7%), 삼성바이오로직스(-5%), 셀트리온(-5%) 등 제약·바이오 기업도 최근 주가가 순매수 평균가에 비해 하락했다. 특히 대형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실적이 2개 분기 연속 개선됐음에도 투자 심리는 좋지 못한 상황이다. ‘성장주’로 분류되는 특성 탓에 급격한 금리 인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 섹터에서도 3개 종목이 하락한 종목 11개에 포함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 기간 주가가 10% 하락해 하락률 6위, 신한지주는 8% 하락해 9위, JB금융지주는 7% 하락해 10위를 차지했다. 금융주들은 통상 금리인상 초기에는 순이자마진 개선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지만 후반부에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고배당주로 꼽히는 만큼 배당을 고려하면 하락률은 낮아질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한 13개 종목에는 화장품·식품·의류 등 소비재 관련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F&F는 이 기간 주가가 65% 상승해 상승률이 2번째로 높았다. 삼양식품은 17% 상승해 5위, 오리온은 주가가 8% 올라 8위를 기록했다. 식품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올해 1분기 급등했다 하반기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곡물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곡물가가 올랐을 때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을 방어했고, 하락할 때도 같은 논리로 영업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F&F, LG생활건강은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MLB 등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를 보유한 F&F는 올해 초 주가가 3만3000원대를 형성하다 지난 10월 1만3000원대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월 이후로 주가가 다시 3만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설화수’ 등 화장품 브랜드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LG생활건강도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주가가 110만원선에서 50만원대까지 하락해 연중 하락률은 -37%로 여전히 높다. 그러나 최근 69만원대를 회복한 바 있다. 이같은 주가 흐름을 참고하면 기관투자자들은 하반기 이후 F&F와 LG생활건강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었다. 현대일렉트릭의 수익률 상승률은 66%로 13개 종목 중 가장 높았으며 현대건설기계도 18%로 4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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