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규 원자력연 원장 "원안위 전문성 부족으로 국가 손실...왜곡된 인식 바로잡을 것"

이영애 기자 2022. 12. 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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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간담회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신임 원장이 14일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신임 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탈핵 기조를 비판하며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원전 안전성을 확인하고 운영 허가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 전문성 부족을 거론하며 원전 운영 허가가 지연돼 수천억원의 국가적인 손실을 초래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지난 14일 취임한 주한규 원장은 2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첫 간담회에서 "국민들의 인식이 반핵 측의 오도에 의해 비정상화돼 있다"며 "그간 연구원 본연의 업무에 소통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소통을 강조하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 원장은 서울대에서 원자핵공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뒤 1996년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7년부터 원자력연에서 근무해 온 국내 원자력 전문가다. 2004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지난 14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22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주 원장은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정상적인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왜곡된 교과서 사례를 꼽았다. 그는 "교과서에 탈핵에 관한 이야기가 도배돼 있고 '원자력'이 아닌 '핵'이라고 표현한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들은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과서 내용을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따로 부서를 만들어 잘못 전파되고 있는 원자력 관련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라며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추후 교육부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관련 정책 설계자로도 잘 알려진 주 원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원안위 일부 위원들이 탈핵 시민단체 출신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문제였다"며 "충분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원전에 운영허가를 줄 수 있는데도 이를 못하게 해 수천억원 이상의 국가적인 손실을 입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안위가 안전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유지해야겠지만 과학적 합리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 원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원자력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2~93%로 높다"며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도 수입하지만 전체 발전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5% 이내로 작다"고 말했다.

다만 원자력 비중을 늘리려면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늘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 관련 현안이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해 올바른 사실을 전파하고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원자력연의 미래전략본부를 소장 직속의 원자력 전략본부(가칭)로 개편해 국민의 원자력 수용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주 원장은 지난 정부의 탈핵 기조에 따라 멈췄던 원자력 연구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앞으로 선진 원자로 등 미래지향적인 원자력 연구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2~3년간 미래지향적 연구보다는 안정성 강화, 사후처리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만 허용을 했다"며 "내년 예산은 이미 확정된 상황이지만 내년부터 연구 계획을 세우고 자체 연구비를 활용한 연구도 수행하려고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원자력을 활용한 기존의 연구시설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주 원장은 "연구용 하나로인 하나로는 굉장히 효용성이 높은 시설이지만 지난 몇년간 탈원전 기조 아래 안전 심사 기준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한번 정지되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조사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받느라 2달 가량이 걸렸다"며 "현재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하나로에 합리적인 안전기준을 적용해 이용률을 높여 우수한 연구성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한규 원자력연 신임 원장의 일문일답

Q. 지난 정부 기조로 원전 업계가 침체돼 있는데 연구분야는 어떤가.

"연구개발비는 지난 2~3년간 되려 늘어나 보인다. 경북 경주에 계획 중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 등으로 건설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많이 늘지는 않았다. 연구비 총량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2~3년 동안 미래지향적 연구를 전혀 못하게 하고 대부분 안정성 강화 연구, 사후 처리에 관련된 연구만 수행했다. 선진 원자로에 대한 연구는 다 죽었다."

Q.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앞으로 연구 방향성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현재 국내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강조했다. 독성을 줄이려면 우선적으로 처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술은 충분하니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안전하게 시설을 짓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미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많으니 처분장 면적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와 조금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Q. 당초 계획보다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뒤 예산이 줄었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예산이 약 6000억원에서 4000억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 다만 소형모듈원자로(SMR)의 모태격인 스마트(SMART) 원전이라는 선행모델이 있어 이를 활용해 아쉬운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열병합발전이 가능한 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VHTR)를 중점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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