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향해 “자살놀음”…‘신냉전’ 반미 선봉?

송영석 2022. 12. 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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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강국의 새 전기를 열어놓았다." … "2022년은 제일강국의 새시대를 열어놓은 기원으로 찬연히 빛을 뿌리게 되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2년 한해를 이렇게 자평했습니다. 올해를 결산한 오늘(21일) 자 1면 기사 제목은 '우리 국가의 70여 년 발전 행로에서 분수령을 이룬 해'입니다. 어제 핵 선제 타격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오늘은 미국을 향해 북한에 맞서는 것이 '자살 놀음'이라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 "2022년 최대 성과는 화성포-17형"

노동신문은 북한이 올해 세계적인 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고 선전했습니다. 이는 자주권과 후손만대의 안녕과 행복을 담보하는 '절대적인 힘'을 지닌 덕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지난 4월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을 거론하며 "최강의 전략무기인 화성포-17형의 거대한 폭음으로 행성을 연이어 뒤흔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운 것입니다.

신문은 "세계 최강의 전략적 힘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과 안위, 강국의 존엄과 지위를 담보하는 필수조건"이라며 핵무기 개발의 당위성을 설파했습니다. 화성-17형과 같은 전략무기를 '안전담보력'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끄는데요. "최강의 안전담보력을 우리 대에 무조건, 반드시 갖추어야 하며 후대들을 위해서라도 강해지고 또 강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정은이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딸 김주애를 등장시킨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문가들은 화성-17형과 함께 김주애가 공개되자 미래 세대의 안전 담보를 강조해 내부 결속 효과를 노린 거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은 혹독한 경제난 속에서도 핵 무력 고도화를 고수해온 데 따른 반발을 잠재우고, 연말 결산을 앞두고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북한은 국방뿐 아니라 건설 등 경제 분야 성과를 연일 자찬하며 "최대 국난에도 최상의 국위를 떨쳤다" 식의 선전으로 주민들을 다독이고 있습니다.

‘화성-17형’ 발사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 (지난달 27일, 출처 : 조선중앙TV)


■ "우리를 시험해보려는 것은 자살 놀음"

'최강의 안전담보력' 을 사수하도록 자신들을 압박하는 적은 미국이라고 북한은 강변합니다. 노동신문은 2022년을 미국이 북한의 자위적 조치를 구실로 한반도에 들어와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한 해로 기록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일 초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의 면전에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와 같은 초강경 보복 의지를 선언하고 실천으로 증명한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더 나아가 "주체 조선의 경고를 소홀히 여기고 시험해보려는 것은 시대착오에 빠진 자들의 무분별한 자살 놀음"이라며 반미의지를 다졌는데요. 북한은 어제 외무성 담화를 통해서도 미국에 각을 세웠습니다. 일본이 최근 적기지 반격 능력을 확보하는 안보전략을 채택한 데 대해 반발하면서 "일본의 군비 과욕에 대해 미국만이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로 극구 지지·찬양하고 있다"며 일본 재무장 움직임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했습니다.

앞서 일본은 '반격 능력' 보유를 결정하면서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습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일본 주변으로 대규모 항모전단을 보내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는데요. 북한이 일본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중국과 보조를 맞춘 셈입니다. 한국을 향해선 어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막말 담화를 냈는데요. 한미일의 공조 강화에 화살을 돌리며 "이 때문에 전략 무기 완성에 분투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 보유 등을 담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한 지난 17일 오키나와현 서남쪽 태평양에서 훈련 중인 중국 랴오닝함 (출처 : 일본 통합막료감부)


■ 반미 선봉에 서서 중·러 지원 노리나?

"현 상황은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와 의도적인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화근이라는것을 보여주고있다. 대만(타이완)은 중국의 불가분리의 한 부분이며 대만문제는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이다." (2022년 8월 3일)

"우리는 로씨야(러시아)에로의 통합을 지향한 도네쯔크(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헤르쏜(헤르손)주와 자뽀로쥐예(자포리자)주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상기 지역들을 자기 구성에 받아들일데 대한 로씨야 정부의 립장(입장)을 지지한다." (2022년 10월 4일)

북한 외무성이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과 러시아를 두둔하며 내놓았던 입장입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현안에 대해서도 자기 일처럼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유의 직설적이고 거친 화법을 동원해 '북·중·러' VS '한·미·일', 이른바 '신냉전' 구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반사 효과일까요? 북·중 교역액은 북한이 중국과의 해상 교역 확대에 나선 지난 6월부터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북·중 교역은 1억 2천57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중국에서 들여온 쌀은 3만 172톤으로 3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을 부인하는 가운데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내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까지 나진항을 통해 탄약과 수류탄, 비행탄 등을 여러 차례 러시아에 공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러시아로부터 들어온 기름과 가스, 밀가루 등이 무기 거래로 인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에 대북 정제유 수출량을 '0' 배럴로 허위 보고하거나, 보고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몰래 석유를 수출해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는 최근 중간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선박의 불법 대북 정제유 수출 정황을 고발한 바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세계 역량 관계와 정치 구도가 조선을 중심으로 새롭게 편성되고 지구가 조선을 축으로 하여 도는 새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신냉전 구도를 확실한 기회로 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위대한 김정은 조선은 끝없이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한반도를 주 무대로 한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행보를 주시해야겠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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