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심 100%’는 유승민 No?…다른 이유 더 있다

조문희 기자 2022. 12. 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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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당’으로 체질 바꾸기 시동?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했다. 첫 작업은 '룰 변경'이다. 이전까지 30% 반영하던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삭제하고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만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당심(黨心) 100%' 룰은 2004년 여당이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한 이후 18년 만이다. 시대를 역행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행 방침을 굳혔다. 

국민의힘이 '당심 100%' 안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윤(비윤석열)계 솎아내기용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비윤계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그의 당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그 끝엔 당의 '체질 변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으로 당을 재편할 것이란 예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직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해 당내 정치적 자산이 얕은 편이다. 0선의 대통령이 남은 4년 반의 임기 동안 국정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여당을 '윤석열당'으로 재편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란 반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여당 의원들과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與 "유승민만은 막아라"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룰 변경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당초 당 안팎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늘려야한다는 의견은 계속해서 흘러나왔으나, 비중 있게 거론되던 안은 '당심 9 대 민심 1' 정도였다. '당심 100%' 안이 유력하게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심 100%'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닷새 만에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부터 전국위원회 통과까지 처리하는 일정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의원총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전당대회 룰을 변경하는 데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 지도부가 룰 변경을 일사천리로 추진한 표면적 사유는 '역선택 방지'이지만, 이면엔 '윤심(尹心)'이 거론된다. 윤심을 거스르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란 해석이다. 룰 변경의 타깃은 유승민 전 의원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윤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각을 세운 인물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여권 핵심 인사들 사이에선 "유승민의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는 반응이 팽배한 것으로 확인된다.

여권 일각에서 유 전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려는 배경은 이번 전당대회로 선출되는 당 대표가 20204년 총선의 공천권을 쥐게 되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으나 일찌감치 공천 개혁을 시사했다. 유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대립각을 세웠던 친윤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사전에 교통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고조될 수 있는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종 목표는 윤석열당 만들기"

"국민의힘의 최종 목표는 '윤석열당' 만들기"란 분석도 있다. 취임한 지 8개월 차인 윤 대통령은 현재 당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지만, 윤 대통령의 정치 경력은 초선 의원들보다도 짧다. 게다가 2024년 총선은 윤 대통령의 임기가 하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 여부가 총선에 달려있는 셈이다. 원내 사정에 밝은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총선 전에 당심을 장악하지 못하면 레임덕 위기는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친윤계 중심의 권력구도 재편은 정부여당으로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무에 강한 그립감을 쥐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여권 인사들 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주변에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의중에 대한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당 안팎의 비판엔 사실상 침묵을 유지 중이다.

친윤계는 이미 세력화 움직임에 나섰다.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을 주축으로 연일 세를 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공감에는 71명이 이름을 올렸다. 참여 의원 중 대다수(65%)는 초선이다. 이들은 향후 당이 '윤석열당'으로 재편될 경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평 정치평론가는 "계파색이 옅고 공천에 민감한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민공감에) 다수 포진됐다"며 "이들이 앞으로 '윤심'에 따르며 당 대표를 만들어내고 당내 주류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2차 공부 모임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김기현 의원, 장제원 의원, 이철규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당'으로 총선 승리? 전망은 '글쎄'

문제는 당 안팎에서 '사당화(私黨化)'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윤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막장 드라마의 배후에는 윤 대통령이 있다"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똘똘 뭉쳐서 윤핵관 대표를 세우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유력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당 대표는 골목대장을 뽑는 게 아니지 않나. 자칫하면 국민 여론이 악화해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심 100%' 룰을 통해 실제 비윤계 후보를 솎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유승민 몸집 키우기'가 될 수 있다는 자조도 나온다. 일례로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친박(친박근혜)계 서청원 후보를 지지했으나, 비박(비박근혜)계 김무성 후보가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협위원장을 지낸 한 비윤계 국민의힘 인사는 "당심이 곧 윤심일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하나. 용산(대통령실)에서 공개적으로 친윤계 밀어주기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친윤계 중심으로 당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게 절절한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당심 100% 룰을 적용하는 순간 '윤석열 유일당, 윤핵관 유일당'이 되겠다고 공표한 것"이라며 "당정청이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쏠리지, 유일당이면 관심을 잃을 것이다. 오히려 야당이 친명(친이재명) 대 친문(친문재인) 구도를 잡으면 역동성이 붙어서 (총선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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