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길보드차트를 아시나요? 서태지와 아이들-조성모-엑소-BTS로 이어지는 30년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는 한터차트와 함께 K팝의 세계화를 이끈 기획사를 중심으로 K팝의 역사를 살펴본다. 30년 역사의 한터차트는 케이팝 빅데이터를 집계하는 세계 유일의 실시간 음악차트로 내년 2월 ‘30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2'를 개최한다. -편집자주
■ 1990년대 길보드차트를 아시나요
1990년대 초반은 LP와 카세트테이프가 음악을 담는 매체로서 각광을 받던 때다. 당시 음반 저작물에 바코드를 붙이고, 이를 전산으로 관리할 수 있는 포스(POS) 기계를 만들어 각 음반 판매점에 보급을 하면서 음반 판매량을 집계했다. 1990년대의 ‘길보드 차트’로 잘 알려진 이 차트가 바로 지금의 한터차트다.
1993년, 대한민국 최초로 음악차트 서비스를 시작한 한터차트는 국내 가장 오래된 오피셜 차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0년 K팝의 성장과 함께 분·초 단위의 케이팝 데이터까지 집계하는 세계 유일의 실시간 음악차트로 자리매김했다.
한터차트 운영사인 한터글로벌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터차트에 집계된 총 음반 판매량은 4억 3450만 7889장, 집계된 총 음반 데이터 수는 27만 7568건, 집계된 총 소셜 데이터 수는 20억 3405만 6980건, 집계된 총 인증 데이터 수는 1억 5670만 3016건이다.
한터글로벌의 곽영호 대표는 “한터차트는 케이팝의 30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데이터의 형태로 축적해 왔다”며 “이는 곧 한국 대중음악사의 정보를 고스란히 저장한 것이다. 케이팝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뿌리는 바로 이 빅데이터에서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아이돌’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오늘날 케이팝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약 30년 전, 서태지와 아이들(1992)이 등장하면서부터다. 30년이라는 시간은 케이팝이라는 음악 장르가 국제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걸린 시간이기도 하다.
한터차트에 의하면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2집 '하여가'가 213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대한민국 최초로 2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돌파한 앨범으로 기록됐다. 이후 1995년 김건모 3집 '아름다운 이별’이 286만 장 이상을 기록하며 이 기록을 경신했으며, 1996년 신승훈 5집 '신승훈 V (SHIN SEUNG HUN V)'가 248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더블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이후 1997년부터 약 3년간은 대한민국이 외환 위기의 시간을 겪으며 음반 시장 또한 주춤했다. 전체 아티스트의 개별 음반 판매량이 평균 0.65~0.7배 정도 하락세를 보였고, 심한 경우 절반 정도 수준까지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1996년 혜성처럼 나타난 에이치오티(H.O.T.)를 주축으로 젝스키스, 에스이에스(S.E.S), 핑클 등의 그룹이 아이돌 문화 1세대로서의 기틀을 확립하며 점차 음반 차트 상위권에 입성하기 시작했다.
■ 다양성과 혼돈이 공존한 2000년대
2000년에는 조성모가 한 해에만 365만 3248장이라는 총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신화, 지오디(god), 베이비복스와 같은 아이돌 그룹이 새롭게 등장해 음악 시장을 이끌어 나갔으나, 동시에 조성모, 임창정, 이정현, 유승준, 이수영, 장나라, 보아(BoA)와 같은 솔로 가수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펼쳤던 시기이기도 했다. 쿨, 코요테와 같은 혼성 그룹도 연간 차트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티스트의 히트곡을 담은 믹스 테이프나,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한 공동 제작 앨범도 많게는 연간 1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 및 소비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OST 장르가 첫 주목을 받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2002년에는 ‘박고테’로 잘 알려진 박경림의 프로젝트 앨범이 인기를 끌며 연간 23만 8642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2000년대 초반은 케이팝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공존했던 시기였다.
2000년대 초반, 음반 저작물의 새로운 매체로서 주목을 받았던 CD가 10년의 호황을 누리지 못한 채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점차 침체기를 겪게 된다. 디지털 음원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1년 모든 음반 매체 가운데 약 75%의 점유율을 보였던 CD는 2003년에 들어서면서는 약 65%까지 곤두박질 쳤다. 2000년대 후반에는 다시 CD의 점유율이 상승세를 회복했다.
2006년 각 아티스트의 연간 피지컬 앨범 판매량은 다른 해에 비교해서 가장 저조한 성적(1위 SG워너비 36만 5408장, 2위 동방신기 29만 3017장, 3위 버즈 14만 2149장 등)을 거두었으나, 2000년대 후반에는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2세대 아이돌들이 인기를 구가하며 다시 음반 판매량이 상승세를 타거나 유지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2000년대 후반부터는 여성그룹 형태의 아티스트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한다.
■ 아이돌 2세대에서 3세대로
2010년대는 아이돌 문화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으며, 2세대에서 3세대 아이돌로 세대가 교체되던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엑소(EXO)와 방탄소년단(BTS)이 있다. 엑소는 2013년에 97만 5230장의 연간 총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123만 710장까지 기록을 성장시켰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드디어 ‘러브 유어셀프 승 ‘허’ (LOVE YOURSELF 承 'Her')’ 앨범으로 단일 음반 판매량 100만장 이상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101만 1011장).
2018년, 방탄소년단은 연간 총 음반 판매량 260만 2687장을, 2019년도에는 337만 5919장을 기록했고, 2020년도에는 722만 6632장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기염을 토하며 케이팝의 전성기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디지털 음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잠시 주춤했던 피지컬 앨범 시장은 3세대 아이돌들이 등장함에 따라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의미하는 ‘초동 판매량’의 개념이 아티스트의 성과나 지표를 대표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아이돌 3세대의 등장과 함께 케이팝은 또 다른 문화들도 낳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USB 형태의 앨범이다. 2017년 지드래곤이 첫 시도했던 USB 앨범을 한터차트는 업계 최초로 공식 피지컬 앨범 매체로서 인정하면서 차트 집계에 반영했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서 음반 판매량 외에도 다양한 척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음반차트 외에 음원차트, 뮤직차트, 글로벌 인증차트 등 다양한 차트와 기준을 고도화시켰다.
상의 영광을 안았다.
■ 지난 30년과 앞으로의 30년 ‘Before and After 30’
이제 케이팝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케이팝에도 ESG 경영의 바람이 불었다. 아티스트를 비롯한 관련 업계는 케이팝과 환경, 또는 케이팝과 미래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플랫폼 앨범’이다. 한터차트는 플랫폼 앨범 또한 업계 최초 피지컬 앨범 매체로 공식 인정하고, 차트에 집계하고 있다.
한터차트 측에 따르면 2022년에는 레트로의 열풍을 탄 LP와 카세트테이프, 피지컬 앨범의 기본으로 인정받고 있는 CD, 트로트 열풍과 함께 다시 재유행하기 시작한 USB(키트) 앨범과 친환경의 의지를 담은 플랫폼 앨범 등 다양한 매체들이 차트에 반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과 같은 신인들의 활약도 빛났다. 신인 아티스트들은 특히 구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뉴트로 콘셉트를 내세우며 기존의 케이팝과의 자유로운 조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와는 반대로 에스파와 같은 아티스트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내놓으며 케이팝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이제 케이팝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점이 왔다. 케이팝의 신(新)과 구(舊)가 함께 공생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최근 발매된 엔시티 드림의 ‘캔디 Candy’도 과거 에이치오티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이러한 트렌드를 증명한다.
한편 한터차트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첫 오프라인 시상식 '30주년 한터뮤직어워즈 2022'를 내년 2월에 개최한다. 이번 시상식의 홍보마케팅 총괄 심세나 팀장은 “한터차트의 30주년을 기념해 한국 대중음악의 지난 30년을 되돌아보고 미래 30년의 기반을 다져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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