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정각' 발사 위협했는데… 중국은 또 말로만 "건설적 역할"?
전문가 "中, 북한 도발 이용하려 들거나 통제 못 하거나"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기존의 고각(高角·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 발사 방식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 발사를 예고하면서 한반도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그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공언해온 중국 당국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20일자 담화에서 '그동안 북한이 ICBM을 고각으로만 발사해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을 겨냥, "그 답변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해주겠다.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담화 내용은 ICBM의 정상 각도 발사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달 18일 발사한 신형 ICBM '화성-17형'을 정상 각도로 쏠 경우 1만5000㎞ 이상을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북한에서 이 미사일을 쐈을 때 미 본토 전역에 닿고도 남는 얘기다.
앞으로 북한이 ICBM을 정상 각도로 쏘는 시험을 한다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 동태평양 공해상에 떨어뜨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미국 측은 북한의 ICBM 발사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해 물리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ICBM 정각 발사든 제7차 핵실험이든 미국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중대하고 위험한 긴장 고조활동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군 당국은 북한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 뒤에도 B-52H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편대 등을 한반도 인근 상공에 보내 우리 공군 전투기들과 연합훈련을 실시토록 하는 등 대북 '억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북한의 ICBM 발사 등 도발 때문에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중국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중국이 북한의 ICBM 정상 각도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자제하려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북한은 올해 ICBM 발사 재개를 포함해 총 30여차례에 걸쳐 6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쏘며 전례 없이 높은 빈도의 무력도발을 벌인데다, 이미 지난 5월 무렵 제7차 핵실험이 필요한 준비도 모두 마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 핵실험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에 핵실험 자제를 요구해온 게 아니냐"는 등의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ICBM 등 탄도미사일 도발에 따른 공동 대응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동을 걸어온 사실을 감안할 때 "북한이 ICBM를 정상 각도로 발사하더라도 중국의 대응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운 지난 12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 회담 당시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에 따른 우리 측 우려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란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왕 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외교부가 배포한 회담 결과 자료엔 아예 실리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중 양국이 현재 전방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단 점에서 "북한의 ICBM 발사 등 무력도발은 중국에 효용성과 활용성이 있다. (중국은) 북한의 무력도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과 관련해선 어떤 강대국의 간섭도 받아들이지 않겠단 입장 분명하다"며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말릴 명분이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와 관련해선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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