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원 100%' 룰 변경 임박… '김장연대', '비윤결집' 가시화?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를 당원 투표만으로 치르기 위한 경선 룰 변경을 앞뒀다. 친윤(친윤석열)계가 주도한 경선 룰 변경을 두고 당내 분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권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 난립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물밑 작업과 여론전을 병행하고 있다.
2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19일 상임전국위원회를 통과한 당헌 개정안과 당규(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개정안이 오는 23일 전국위 표결에 부쳐진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인 경선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는 내용이다. 당대표 선출 시 1위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을 경우 1, 2위 후보가 재경쟁하는 결선투표제도 도입한다.
상임전국위와 마찬가지로 전국위에서도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이 무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헌·당규 개정이 확정되는 대로 본격적인 전당대회 개최 준비에 돌입한다. 전당대회 시점은 3월 초가 유력하다.
당 지도부와 친윤계는 경선 룰 변경에 친윤계 후보를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 나섰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참석한 직후 "전당대회 룰 개정은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며 "100만 당원 시대라는 건 선거의 다이내믹스(역동성)가 어떻게 갈지 모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원) 구성 비율만 보더라도 20, 30, 40대가 33%다. 영남이 40%, 수도권이 37%다. 이건 그 어느 누구도 경선 결과를 감히 예측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우리 당이 안 되길 바라는 분들의 생각이 당대표 선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옳지 않다"며 "당원들이 당대표를 뽑는 걸 반대하는 분들은 당원을 폄훼하는 것이다. 당원과 괴리된 당대표가 어떻게 우리 당을 이끌고 갈 수 있단 얘기냐"고 반문했다.
당원 투표 100%뿐 아니라 결선투표 역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후보 난립으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고, 단일화를 통한 2위 전략의 유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개최가 임박하면 친윤계와 비윤계 모두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어 결선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안철수 의원이 지지율 상위권에 위치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김기현 의원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이 전날 친윤계 좌장인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경남혁심포럼 행사에 참석하며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꾸려졌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두 의원 모두 연대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우회적 표현을 동원한 답변을 내놨다. 김 의원은 "김장 연대란 걸 공식 선언할 계획 자체가 없다. 김장을 담그면 되지 김장 담근다고 선언한다고 김장 하나"라며 "잘 담가서 맛있게 식단에 올려놓으면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 반찬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건강도, 정치권에 영양분도 잘 공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벌써 결혼하라고 하는데 커피도 먹어보고 영화도 같이 봐보고 밥도 같이 먹어보고 데이트를 해야 결혼을 결정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 룰 변경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다며 맹폭을 이어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YTN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뒤에서 지휘감독을 하고 오다를 내리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완장을 차고 폭거를 저지르고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언제 이렇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비슷하게 찍소리도 못하는 정당이 됐느냐. 정말 한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유 전 의원의 공세에는 비윤계 결집을 노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이 친윤계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은 출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전날 "유 의원은 전대 룰을 (당원) 100%로 바꾸는 걸 본인 배제, '죽이려고 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지금 룰대로 해도 제가 1등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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