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에서 `확 바뀐 빗썸`…고객 입장에서 생각했죠"
지난 11월 빗썸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대폭 개선한 앱 서비스를 출시했다. 앞서 10월 초 고객행동 분석과 고객센터 문의 등 다양한 고객의 소리(VOC·Voice of Customer)를 취합해 총 28개 편의 기능을 개선시킨 '베타 서비스' 버전을 선보인 지 한 달 만에 안정화 작업까지 모두 마무리하면서다.
실제 이용자 설문에서도 '쉬운 사용으로 직관적이고 시간도 절약되고 과정도 짧아지니 좋다', '코린이(코인+어린이) 투자자 입장에서 카테고리 변화가 너무 좋았다', '다른 거래소도 이용하고 있는데 입출금이나 내 자산 확인 방법이 빗썸이 가장 편리하다'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시세 화면과 거래 화면뿐 아니라 세부적인 화면 설정에 이르기까지 편의성과 직관성에 중점을 둔 개선 전략이 통한 셈이다.
강남 역삼동 빗썸 본사에서 이번 'UI 개선 TF'에 참여한 빗썸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해당 TF는 디자인팀, 앱개발팀, PM/QA 파트, 기획팀, 마케팅팀 등 핵심 인력으로 시작해 정식버전 오픈 즈음에는 참여인원이 30여명에 달하는 프로젝트로 커졌다.
인터뷰 참여자는 기획팀 박나현·이혜민, 디자인팀 함형원, 마케팅팀 김세영, 앱개발팀 임경수·이규형, PM/QA 파트 안선희·서승희 등 8명이다. 전체 구성원 대부분이 이른바 'MZ세대'인 가상자산거래소답게 인터뷰 내내 특유의 활력이 느껴졌다.
이번 UI개선 TF(이하 TF)가 꾸려진 출발점은 지난해 입사했던 앱개발팀 임경수·이규형의 수습평가 과제에서부터다. 데모 버전 결과물이 생각보다 좋게 나오면서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일종의 '기술(테크) 세미나'인 테크톡을 진행했고, 바로 TF가 구성됐다.
지난 5월부터 반년 이상 운영된 이번 TF에 대해 박나현(기획팀)은 "기존 신규 서비스를 준비할 때는 각 팀별로 역할을 나눠서 각자의 몫만 충실히 했다면, 이번 TF는 빠른 의사소통과 최소한의 리소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꾸려지면서 시작부터가 매우 새로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IT업종에 종사 중인 많은 실무자분들이 공감하겠지만, 기획·디자인·개발자가 한 공간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참여하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서승희(QA파트)는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시점에 TF가 만들어졌는데, 자사 기능에 대해 이해하기에 딱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 들어오게 됐다"고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업데이트 항목은 기존 빗썸 앱에 대한 고객의견 1만여건 이상을 직접 분류해 계량화했다. 기획팀에서 불편사항을 카테고리별로 리스트업해 분류했고, 앱 진입에서 거래와 부가서비스 이용 등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어떤 불편이 접수됐고, 이탈이 많아진 포인트는 무엇인지 분석해 개선이 필요한 항목을 도출했다.
고객 행동분석은 VOC 수집과 환경분석-개선안도출-프로토타입-실험실-오픈 VOC 수집 과정을 거쳐 데이터화 할 수 있는 항목을 구분해 검토 후 각 부서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했다. 그 결과 TF가 도출한 최종 목표는 '빠르고 편리한 거래지원'과 '안정성'이었다.
이혜민(기획팀)은 "가장 핵심적으로 접근한 내용은 결국 '어떻게 개선하면 빗썸앱을 좀 더 쉽게 사용할까?'였다"면서 "계량화 및 분석 작업 결과 가상자산을 매수·매도하는 화면에서의 사용성 최적화라는 답을 얻어 해당 부분에 집중해 개선작업의 중심을 세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무조건 개선에만 초점을 두다가 안정성을 해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 임경수와 이규형(앱개발팀)은 "기존 앱을 사용하는 고객이 업데이트로 인해 강제 종료되거나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 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뒀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상 서로 다른 부분을 우선순위로 두다보니 의견 차이가 생길 때도 있었다. 안선희(PM파트)는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된 요구사항을 IT부문 각 파트에 설명하고 개발 소요시간과 개발자 투입가능 시점 등을 정리하는 것에 집중했다"며 "필요하면 각 팀장님을 찾아가 끊임없는 설득을 통해 추가 인력을 확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하고 싶은게 아무리 많아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고 가용한 자원 즉,인력과 일정 내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고,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을 제대로 하자'가 포인트였다"고 강조했다.
'확 바뀐 빗썸앱'에서 추천하고 싶은 기능으로는 메인화면에서 관심 코인을 원하는 순서대로 편집할 수 있는 기능과 원화 간편입금기능 등을 소개했다.
서승희(QA파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중점을 뒀던 거래소 페이지의 사용성 개선 기능을 추천 드리고 싶다"며 "'확 바뀐'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혜민(기획팀)은 "주문 페이지에있는 원화간편입금 기능의 경우 주문가능 금액이 부족할 경우 화면 이탈 없이도 쉽게 원화를 입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데이트 시 공을 들였던 해당 기능은 앱 개편 후 진행한 고객 대상 설문에서도 '원화입금을 즉시 할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시간을 단축 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여러 번 받았다.
함형원(디자인팀)도 "이번 개편으로 주문 화면 내에서 여러 자산을 바로 탐색하고, 필요한 원화를 간편하게 입금을 하는 등 자연스러운 플로우와 인터랙션을 통해 거래 경험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며 "그 외에도 숫자에 최적화 된 커스텀 폰트를 만들어 기존보다 가시성도 높였다"고 부연했다.
이 외에도 시세화면에서 좌우 스와이프를 통해 쉽게 탭 이동이 가능하고 가상자산을 유형별, 테마별로 확인할 수 있다. 호가창 UI 개선이나 현재가 전액 매도·매수, 다크모드 등 총 28가지 부분에서 편의성이 개선됐다.
김세영(마케팅팀)은 "오픈 후 사용고객 대상 설문에서 70~80%에 해당하는 고객들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가장 기뻤다"며 "거래 중 고객의 사용성을 높이고자 했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았다"며 웃었다.
진행 과정에서 겪은 소통의 어려움은 제각각이었다. 임경수(앱개발팀)는 "구성원의 근무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력적으로 피곤하고 힘들었다"며 "그래서 기획서를 잘못 이해하거나 개발 과정에서 버그가 많이 생기는 경우 구성원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규형(앱개발팀)은 "잘 모르는 코인 관련 용어들이 오고 갈 때"를, 박나현(기획팀)은 "팀별 목표가 달라 의견조율 시 시간이 걸렸을 때"를 어려웠던 시간으로 꼽았다. 이혜민(기획팀)은 "관심 종목을 원하는 순서대로 편집하는 기능을 만들 당시, 동일한 기능에 대해서도 구성원마다 다른 행동 패턴을 보여 협의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함형원(디자인팀)은 "기존의 방법으로는 구현이 어려운 부분이 중간 중간 발생했다"면서도 "그때마다 각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방안들을 함께 고민해줘서 무사히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TF 외의 구성원과의 소통에서 오는 문제도 있었다. 안선희(PM파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IT부문의 대부분의 파트와 의사소통이 필요했는데, 문제해결을 위해 도움을 구하러 가면 간혹 나는 프로젝트 팀원이 아닌데 왜 요청하느냐 프로젝트 내에서 해결해라, 또는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바쁘니까 나중에 프로젝트 끝나면 해주겠다와 같은 대답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처음엔 참 야속하다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프로젝트가 빗썸에게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시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의사소통 방식을 바꿨다. 이 프로젝트가 어떤 프로젝트고 빗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당신의 도움이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절실하고 큰 도움이 될지를 충분히 설명드리고 본론을 말씀드렸더니 이전에는 야속하게 말씀하던 분들도 이해하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더라"고 했다.
앞으로도 빗썸은 고객들의 VOC를 경청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아이폰용 iOS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안선희(PM파트)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정말 좋은 UI 개선 건인데 인력과 일정의 제약 때문에 선택되지 못한 요구사항들이 남아 있다"면서 "이번 출시는 일단 고객의 눈길을 한 번 끌어 당긴 수준이었다고 하면, 이후에는 좀 더 매력적인 부분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오랜 시간 머물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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