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경비원의 마음은 '도끼 갑질'로 산산조각났다

한병찬 기자 2022. 12. 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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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고급아파트 경비실 유리창에는 '도끼 난동'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난해 '경비원 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2020년 5월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입주민의 폭언 및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선택한 데 따라 이 같은 법이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경비원 갑질 상담 건수는 지난해 1~9월 293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553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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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비실 유리창을 비닐로 덧대 바람을 막아두고 있다. ⓒ 뉴스1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지난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고급아파트 경비실 유리창에는 '도끼 난동'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파손된 유리창에는 청테이프로 비닐을 부착한 상태였다. 깨진 것은 유리창만이 아니었다. 이 아파트 경비원 A씨의 마음도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 13일 새벽 3시쯤 50대 입주민은 도끼로 재활용장에 있던 가구를 부수고 경비실을 찾아가 A씨를 위협했다. 이유는 황당하기 그지 없다. 관리사무소가 폐가구를 3~4주 방치하는 등 일을 제대로 안 한다는 것이었다.

경비원을 향한 폭언·폭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입주민의 갑질은 더 많다. 층간소음 문제로 초인종을 눌렀다고 폭행을 당한 60대 경비원, 차량 차단기를 바로 안 열었다고 폭언을 들어야 했던 30대 경비원은 여전히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비원들의 업무는 단순 노동으로 보기 어렵다. 청소노동자가 퇴근했다면 음식물 찌꺼기와 반려견의 배설물, 취객의 토사물 처리도 경비원들이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방범 외 추가 업무를 하는 경비원에게 감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갑질을 일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경비원 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 부당 지시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2020년 5월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입주민의 폭언 및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선택한 데 따라 이 같은 법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경비원들은 "지난 1년 동안 바뀐 게 없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실제로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경비원 갑질 상담 건수는 지난해 1~9월 293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553건으로 증가했다. 폭언·폭행 괴롭힘 상담도 10건에서 25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갑질방지법이 통과됐는데도 비슷한 사건은 왜 반복되는 걸까. 갑질 문화가 그만큼 뿌리 깊게 자리잡혔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인식과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갑질방지법이 아무리 훌륭해도 실효성을 내기 어렵다. 경비원을 '을'이 아닌 '이웃'으로 대하는 아파트 문화가 절실하다.

15일 만난 경비원 박모씨가 분리수거 중 찢어진 엄지손가락을 보이고 있다. ⓒ 뉴스1 한병찬 기자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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