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의뭉스럽다…미스터리의 단단한 결집 '트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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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 혹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패를 다 드러내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예측불가능하지만 숨기고 있는 패가 그럴 듯하게 비쳐질수록 더욱 끌리기 마련이다.
혜주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그가 국회의원의 아내라는 지점에서 균열이 일고, 바른 정치를 하고자하는 젊은 정치인 중도에게는 불편한 시선들이 쏟아진다.'트롤리'는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주변인물들의 의뭉스러운 행적을 함께 나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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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 혹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패를 다 드러내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예측불가능하지만 숨기고 있는 패가 그럴 듯하게 비쳐질수록 더욱 끌리기 마련이다. 이는 드라마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소재나 배우, 제작진에 대한 기대감 등도 중요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있어 수가 빤히 읽히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주 막을 올린 SBS 새 월화드라마 '트롤리'(연출 김문교, 극본 류보리)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국회의원 가정의 비극을 다룬 배경을 따라 정치적인 구도로 이야기를 펼쳐낼지, 아니면 베일에 싸인 인물들로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뻗어낼지 좀처럼 가늠하기가 어려워 더욱 큰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난 19일 베일을 벗은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하는 만큼 의뭉스러운 전개로 돚을 올렸다. 청렴한듯 보이는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와 비슷한 결을 지닌 그의 아내 김혜주(김현주)의 달콤한 애정신으로 시작해, 이들 부부의 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로 향한다.
죽은 아들의 옷가지에서 발견된 마약은 이들 부부의 담백했던 일상을 한순간 소용돌이치게 만든다. 그리고 죽은 아들의 아이를 가졌다는 수빈(정수빈)의 등장은 이들을 더 극적인 상황으로 내몬다.
드라마는 더없이 평범한 주택가에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국회를 오간다. 책수선가인 혜주는 평온한 듯 보이는 일상에서 이웃과 마주하고, 국회의원인 중도는 사무실과 국회를 오가며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마주한다. 이들 부부는 자신의 구역에서 주어진 상황들을 담백하게 걸어가지만, 겪어내는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다. 혜주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그가 국회의원의 아내라는 지점에서 균열이 일고, 바른 정치를 하고자하는 젊은 정치인 중도에게는 불편한 시선들이 쏟아진다.
'트롤리'는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주변인물들의 의뭉스러운 행적을 함께 나열한다. 장례식을 간다며 한밤 중 급하게 집을 나섰던 중도의 알 수 없는 행적, 남편의 선거에 일절 관여하지 않으며 노출을 꺼리는 혜주, 어떤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는지 알 수 없는 아들 남지훈(정택현), 그런 지훈의 아이를 가졌다며 나타난 묘령의 여인 수빈, 중도를 이상하리만치 따르는 장우재(김무열)까지. 모두가 의심스럽고, 모든 게 의뭉스럽다.
김현주, 박희순, 김무열의 연기는 음침한 기운을 내뿜는 작품에 견고함을 부여한다. 김현주는 차분하고 정제된 톤으로 인물이 지닌 미스터리한 과거를 은근하게 내포하고, 갑자기 닥친 비극 앞에 자식 잃은 어머니의 절규를 실감나게 담아낸다. 박희순은 선한 정치인의 가면을 쓴 것인지 아니면 진짜 그런 것인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가장 크게 자극한다. 보좌관 역 N회차인 김무열은 '정직한 후보'와는 완전히 다른 온도의 인물을 형상화하며 계산적인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들 모두가 같은 온도와 무게감으로 '트롤리'를 이끌어가며 단단함을 결집한다.
범인 찾기 같은 단순한 설정으로 전개되지 않는 '트롤리'는 밀도 높은 구성으로 더욱 부푼 기대감을 갖도록 만든다. 주연배우들의 열연도 웬만해선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는 신뢰를 형성한다.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만큼 이 드라마의 향방에도 커다란 궁금증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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