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다주택자들 집 더 사라”...부동산 세제·금융 규제 다 푼다[2023 경제정책]
서울·과천·성남 등 규제지역 해제도 예고
민간등록임대 부활,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
세입자 대책 ‘찔끔’···“투기 우려” 목소리
21일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금융완화 대책을 대거 쏟아냈다. 다주택자 투기 문제가 제기됐던 민간등록임대 역시 규제 이전 모습으로 부활한다.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집값급락이 예상되자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매를 독려하고, 보유에 따른 부담은 낮추는 방식으로 사실상 집값을 부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기수요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고, 다주택자를 ‘양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집값이 장기약세에 빠졌던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유사한 규제완화 정책을 쏟아냈고, 이후 부동산경기가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같은 부동산 부양책은 집값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의 입장과는 반하는 조치여서 국회 통과과정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국민 10명 중 4명은 집이 없다.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허용, 거래세 완화
정부는 이날 경방에서 “거래 주체로서의 다주택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다주택자는 규제지역 내 주택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새해부터는 허용된다. 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은 일괄 30%로 적용하되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LTV를 30%에서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민간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의 경우 LTV가 40% 이상 허용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취득세·양도세 등 부동산 ‘거래세’도 낮아진다. 지금은 1주택자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추가 구매하거나 2주택자가 세번째 주택을 구매할 때 8%의 취득세를 부과한다. 법인의 경우 4주택 이상(조정지역 내 3주택 이상) 구매 시 12%의 취득세가 부과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취득세율이 개인 4%, 법인 6%로 각각 완화된다. 예컨대 서울에 집이 있는 1주택자가 서울에 5억원 상당의 주택을 추가 구매할 경우 지금은 취득세로 4000만원(8%)을 내야하지만 내년에는 2000만원(4%)만 내면 된다.
분양권 및 입주권 등에 대한 단기 양도세율도 완화된다. 분양·입주권은 현재 1년 미만 보유 매각 시 70%의 세율이 부과되지만 내년부터는 45%로 완화된다. 1년 이상 보유 시 지금은 60%의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새해에는 1년 이상만 보유하고 매각하면 기본세율(6~45%)로 양도세를 과세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의 허용 시한도 2023년 5월에서 2024년 5월로 1년 연장된다. 추가로 정부는 내년 7월까지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양도세 중과를 아예 폐지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간등록임대 부활, 85㎡ 이하 아파트도 허용
다주택자 투기 우려 등으로 폐기 수순에 들어갔던 민간등록임대제도가 부활한다. 매입임대의 경우 현재는 빌라·연립 등 비아파트만 장기임대(10년) 등록이 가능하지만 내년부터 ‘85㎡이하 아파트’도 장기임대 등록이 가능해진다.
등록임대 세제혜택도 복원된다. 새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매입임대로 등록하면 60㎡ 이하는 취득세의 85~100%를, 60~85㎡ 이하는 50%의 취득세를 각각 감면해준다. 취득세 감면 혜택은 수도권의 경우 취득가액(분양가)이 6억원 이하, 비수도권의 경우 3억원 이하일 경우에만 주어진다.
매입임대주택 등록 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및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도 부활된다. 수도권 6억원 이하, 비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해 매입임대로 등록하면 종부세 부과할 때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매매때는 양도세 중과도 하지 않는다. 같은 조건에서 법인이 매입해 임대로 등록하면 법인세 추과과세(양도차익의 20%포인트)도 하지 않는다.
장기임대 등록기간은 현행 10년에서 15년까지 가능하도록 연장된다. 15년 등록 시 종부세 합산·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대상 주택 가액이 확대돼 수도권은 9억원 이하, 비수도권은 6억원 이하 주택까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대폭적인 완화조치로 투기수요가 부활할 우려를 감안해 신규 민간임대등록 사업자의 경우 2주택 이상 임대로 등록해야만 이같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했다.
서울 등 규제지역 해제·실거주 의무 완화 등 ‘초읽기’
지난달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조치에서 제외됐던 서울, 하남, 성남 등도 조만간 투기지구 및 조정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규제지역을 연초에 추가 해제하겠다”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 등에 따라 2~5년으로 설정된 실거주 의무 등도 완화된다. 정부는 “과도한 실거주 및 전매제한 규제를 지역별 시장상황을 고려해 2017년 이전의 합리적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며 “국토교통부가 내년 초 별도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안정·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담대 규제도 완화돼 주택 구매 시 적용되는 LTV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9억원 초과 주택은 현재 ‘3개월 내 전입’ 의무가 있지만 새해부터는 폐지된다.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 한도(현행 2억원)도 폐지된다.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 대상 LTV는 시장 및 가계부채 여건 등에 따라 추가로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행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기존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도 1년 한시로 출시를 확정해 내년 1분기부터 시행 예정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지원대상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현 6억원 이하)’로, 대출한도는 5억원(현 3억6000만원)으로 각각 완화되고 소득제한(현 7000만원 이하) 기준도 폐지된다. 이경우 연봉 5000만원대 소득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DSR 40%)를 피해 더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공시가격 산출방식 개선, 1주택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의 45% 아래 수준 인하, 공시가 현실화 계획 수정 등 부동산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전세대출 보증 상향·월세 세액공제 확대
다주택자 규제완화 및 지원 규모에 비해 세입자 지원대책은 많지 않다.
현재 90%인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100%로 상향하는 등 방안을 통해 고정금리 전세자금대출 상품이 확대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월세 세액공제(750만원 한도) 대상 주택 기준은 현행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상향되고, 전·월세 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도 연간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된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대상 주택도시기금 초저리 자금대출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가구당 1억6000만원까지, 연 1% 수준의 이자로 최장 10년간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는 내년 2월 중 발표된다.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 공공임대 혁신 등 새정부 주거복지 정책을 종합한 가칭 ‘서민·취약계층 주거복지 강화 방안’을 조속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임대의 경우 기존 ‘50만 가구 공급’안을 유지하되 정부 지원단가를 일부 높여 역세권 등 수요가 많은 지역 내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건설형 공공임대 지원단가는 내년 중 7% 인상되고, 매입형 임대는 유형별로 가구당 2000만~3000만원 가량 지원단가가 올라간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에 대한 개정내지는 폐지 작업도 계속된다.
업계 “집값 부양 효과 기대”, 투기 부활 우려도
경방에 공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부동산시장의 거래저해 요소들을 완화해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단기적인 가시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더라도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라는 장기적인 정책방향으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규제들이 완화되는 만큼 일부 급매물이 소화되고, 실거래를 유도하는 등 급격한 가격 하락을 막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민간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이 크게 개선되면서 집값 하락이 상대적으로 컸던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문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다주택자 등의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등 주요 지역의 규제지역 해제와 동시에 취득세 등 거래세도 완화되면서 1주택자가 추가 주택구매를 통해 다주택자가 되거나 다주택자가 등록임대를 통해 세부담 없이 추가로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고점에 주택을 처분한 다주택자들의 경우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진 아파트 등을 재매입해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등록임대 부활 등 이번 대책은 민간사업자의 이윤을 챙겨주고 집값 거품이 빠지는걸 막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며 “전세사기 등 집값 하락 시기에 피해를 보는 세입자와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가져올 공공주택 공급 확대나 주거비 지원 등은 대책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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