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결혼지옥’ 논란, 전문가→방송쟁이 전락시키니 문제[TV와치]
[뉴스엔 서유나 기자]
하루아침에 아동 교육 전문가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지난 12월 19일 방송된 MBC 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초혼 남편과 재혼 아내의 갈등이 공개됐다. 부부는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로 가정을 일구게 됐지만, 아내가 이전 결혼 생활에서 얻은 7살 딸에 대한 양육관 차이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공분은 남편의 7살 의붓딸을 향한 일방적인 애정 표현에서 비롯됐다. 딸이 "놔달라"며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내비쳐도 남편은 딸을 끌어안고 몸을 간지럽히며 신체 접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딸은 남편이 평소 자주 한다는 엉덩이 주사 놀이에 특히 거부감을 드러냈다.
해당 장면은 방송 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아동 성추행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지자 제작진은 VOD에서 해당 장면을 삭제 조치했으나, 여전히 시청자들은 MBC 시청자소통센터 게시판에 항의글을 게시하며 피드백을 요구 중이다. 또 스마트 국민 제보 앱을 통한 민원 신고와 방송통신위원회 신고도 잇따랐다.
무엇보다 이번 방송에서 시청자들은 오은영 박사에 대한 실망을 내비쳤다. 일부 시청자들은 오은영 박사의 공식 SNS에 그녀가 '신고의무자'인 것을 언급하며 적절한 액션을 취했는지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한때 일반인 리얼리티 관찰·고민 상담 예능이 늘어나며 전문가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예능 속 패널의 자리에는 전문가석이 하나 더 늘었지만, 여전한 문제는 프로그램 자체가 '예능'에 더 초점이 맞혀져 있다는 것.
이에 전문가의 기능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오은영 박사조차 딸의 거부감과 남편을 아동 학대로 신고한 아내의 심각함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부부 관계 컨설팅 예능'이라는 벽에 막혀 논란의 장면에 대해선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아이가 '그만하세요'라고 얘기했다면 아무리 내가 좋은 의도로 했다고 해도 그만해야 한다. 그게 존중"이라고 에둘러 설명하는데 그치고, 종국엔 행복하게 이어나가야 할 결혼 생활과 모녀 관계에서 소외된 남편의 눈물에 주목했고 그의 어릴 적 상처를 매만지기를 택했다.
이는 '결혼지옥'뿐만이 아니다. 10대에 부모가 된 고등학생 엄마 아빠들의 리얼 가족생활을 보여주는 MBN 예능 '고딩엄빠2' 역시 심리 상담가와 이혼 전문 변호사를 패널 자리에 모셨으나 전문가로서의 뚜렷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진 않다. 대부분 일반 패널과 별로 구별되지 않을 정도의 반응으로 VCR을 시청하는 데 멈췄다. 매서운 눈빛으로 건네는 조언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도밖에 없었다.
이들 방송은 '예능'이기에 결국 '포장'을 선택한다. 실제 매 방송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더욱 분노한 건 명백한 문제를 가족의 사랑과 반성, 용서로 포장하고 급히 봉합해 매듭지어버리는 지점이었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으나, 방송은 매번 패널의 눈물 속 황급히 마무리되었다.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결혼지옥' 논란을 두고 본인의 SNS에 '세상엔 오 박사님도 해결 못할 문제가 있다'는 제목으로 과거 썼던 자신의 칼럼을 캡처해 올리며 "오은영 박사의 한계보다는 그의 전문성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게 세팅한 프로그램의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번 "방송 같은 경우엔 오은영 박사도 본인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는 알리바이로 양심적 상식인이라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생긴다. 쓰레기통 같은 유튜브도 아닌 지상파 교양 프로그램에서 자극성을 쫓아 이러고 있는데, 정말이지 결혼이 지옥이 아니라 이 세상이 지옥"이라며 많은 시청자들과 의견을 같이 했다.
정말 위근우 평론가의 말대로 전문가를 앉혀놓아도 결국엔 자극성만을 쫓고 마는, 이런 프로그램이 걸러지지 않고 고스란히 방송되는 이 세상은 지옥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높이며 자정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 기껏 모신 전문가를 고작 방송쟁이로 만들고 마는 프로그램들의 깊은 고찰이 필요한 때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MBN '고딩엄빠2'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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