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당 10만원 인하" 조선·철강 하반기 후판 협상 진통끝에 타결

김도현 기자 2022. 12. 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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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후판값을 둘러싼 철강·조선사의 줄다리기가 마침내 마무리됐다.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톤당 10만원가량 낮아졌다. 상반기 톤당 120만원에 공급됐으나 하반기에는 110만원으로 내린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조선사의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됐다. 철강·조선사들은 업체별로 매년 상·하반기 공급가격을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철강사의 경우 후판이 자동차 강판과 더불어 핵심 매출원이고, 조선사 입장에서도 선박 건조 원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기 때문에 협상 때마다 팽팽한 신경전이 반복됐다.

올 하반기의 경우 양측의 입장 차이가 유독 컸다. 해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국제 철광석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에 후판값 인하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지만, 인하 폭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컸다. 수익성을 지켜내기 위해서였다. 각 업계의 상황적 특수성, 협상 중 받아 든 저조했던 3분기 실적, 불확실성 확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경제위기 등이 영향을 끼쳤다.

철강사들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완성차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차량용 강판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협상에 임했다. 수요가 늘어난 조선용 후판에서라도 수익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올 3분기 수익성이 크게 뒷걸음질 친 것 역시 후판값 사수에 적극적 일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됐다.

올 3분기 포스코홀딩스는 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9%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71% 감소했다. 포항제철소 침수에 따른 손실 규모는 4335억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익률이 대폭 후퇴된 것은 시장의 영향이 컸단 의미였다. 현대제철도 실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4.9% 줄어든 3730억원을 나타냈다.

조선사들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조선해양만 18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뿐 다른 대형 조선사들은 또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6278억원, 삼성중공업은 1679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나타냈다. 양사 모두 전년보다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분기 이후 7개 분기, 삼성중공업은 2017년 4월 이후 20개 분기 연속 적자였다.

철강업계는 톤당 5만원 안팎의 인하를 요구했고, 조선사들은 톤당 15~20만원은 낮춰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은 지지부진한 협상을 반복했고 최종 톤당 10만원 안팎에 합의했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방어를 위한 마지노선을 지켰단 해석이다. 조선사들도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핵심 원자재가 인하를 확정지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양측은 연말을 보낸 뒤 내년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을 개시한다. 국제 철광석 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올들어 가장 낮은 톤당 82.4달러에 거래된 국제 철광석 가격은 11월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거듭하다. 지난 16일 기준 110.7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에 따른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위축된 건설·부동산 부양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현지 철강사들의 조강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철광석 가격이 뛰게 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값 협상만 전담하는 조직이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돼 있고, 협상 중에는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소수의 초고위층 외에는 공유도 하지 않을 정도로 수익성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업무"라면서 "조선사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보니 매년 상·하반기 진통을 거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광석 가격이 지금과 같은 인상 폭을 유지할 경우 한 차례 양보한 철강업계가 인상을 요구하고, 조선업계가 동결을 주문하며 팽팽히 맞설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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