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차전지 소재’ 재원산업, 최대 4000억 투자 유치 추진
이르면 내달 예비입찰
기업 가치평가 격차 커 변수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재원산업은 투지 유치를 진행하고자 최근 삼일PwC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최대 4000억원을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측은 이르면 다음달 말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장 상황 및 인수 후보군과의 소통 여부에 따라 입찰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거래 구조는 재원산업이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신주)를 다수의 투자자들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뿐 아니라 국내에서 운용자산 규모로 손꼽히는 PEF들도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2차 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2차 전지 공급사슬망과 밀접한 회사기 때문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를 마치지는 않았으나 2차 전지 공급 사슬망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가받는다”며 “웬만한 대부분의 대형 펀드들이 투자에 참여하기 위해 검토하는 단계라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설립된 재원산업은 전남 여수 산업단지에 위치한 중견기업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다품종의 석유화학제품을 만들고 정제 사업을 펼쳐왔다.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공정용 세정제와 전자용제, 반도체 용제, 도전재 슬러리 등이 있다.
최근들어 재원산업은 2차 전지 부문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극재 바인더 용매(NMP) 부문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NMP란 양극재의 활물질을 녹일 때 사용되는 용매로, 양극재와 음극재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2차 전지의 핵심 소재여서 재원산업의 기술도 주목받게 된 것이다. 재원산업은 지난 2019년 2차전지 부설연구소를 설립한 뒤 관련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생 NMP 분야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재원산업이 투자 유치에 나선 것 역시 2차 전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향후 ‘탄소나노튜브(CNT)’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CNT란 탄소 원자로 구성된 매우 작고 얇은 물질인데, 2차전지의 용량 증대와 출력에 효과적인 소재라 평가받고 있다.
재원산업은 삼성SDI와 함께 중국, 말레이시아, 헝가리에 동반 진출해 글로벌 고부가가치 소재 전문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지난 6월엔 KDB산업은행과 ‘2차 전지 소재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동시에 2700억원의 금융 지원도 받기로 했다. 지난 6월에는 산업은행과 ‘이차전지 소재 글로벌 시장 진툴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회사의 정체성에 ‘2차 전지 소재 전문성’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2021년도 재원산업의 매출액은 2386억원, 영업이익은 151억원이었다. 이는 직전 년 대비 각각 12%, 35%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매각 측은 마케팅 과정에서 금년도 예상 매출액을 5092억원, 예상 상각전영업이익(Management 기준)을 932억원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
재원산업은 이번 투자 유치에서 2조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IB 업계에선 1조원 초반 정도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적절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펀드 출자자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대부분 업종의 몸값이 조정되고 있고, 2차 전지 소재 업체들의 주가도 곤두박질 친 상태이기도 하다. 가격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차가 분명한 만큼, 몸값이 어떻게 산정되는지가 이번 거래의 진전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한편 재원산업은 기업공개(IPO) 작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뒤 일련의 상장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 유치에 참여하는 주주들은 회사의 IPO 시 자금 회수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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