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 예산, 봄비처럼 줄줄이 새...나는 장돌뱅이"

석지연 기자 2022. 12. 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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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뱅이의 양심은 돈을 버는 일이지 돈을 쓰는 일이 아냐"
"불요불급한 예산 집행, 끝까지 책임져야 해"...4급 간부 공무원 '직위해제'논란 간접적 비판
(사진=김영환 페이스북)

김영환 충북지사가 21일 "나는 쓸쓸한 장돌뱅이"라며 "타박타박 나귀를 타고 장을 찾아 사랑을 찾아 하염없이 걷는 장돌뱅이다"라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나는 자격이 없는 장돌뱅이 도지사다. 나의 목에 칼을 채워다오. 이런 생각으로 새벽 2시에 이 글을 적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 충북도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4급 간부 공무원을 직위해제 했다. 도정 사상 처음이라 일각에선 '과한 처사'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도청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도내 부정적 입장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김 지사가 이에 대해 해명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는 관사를 반납하고 40평짜리 집무실을 6평으로 줄였다. 모든 도청의 현수막은 철거되었고 곳곳의 배너 광고판은 사라졌다"며 "나는 아직도 농사를 짓고 못난이 김치 사업을 벌이고 가끔은 걸어서 가끔은 자전거로 출근을 한다. 이런 겉멋을 들이면 뭐 하나?"라고 한탄했다.

이어 "도정은 적당하게 타협하고 어느 산하기관장도 관사를 반납하거나 예산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실망이다"라며 "나의 노력은 단발적이고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그는 "하노이에 충북 안테나숍이 1년에 7000만 원을 쓰고 길거리에 방치돼 있다. 어느 누구도 점검하거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며 "그런데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저 동의할 수 없는 예산낭비를 줄줄이 승인하고 언론과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굴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 지어준다. 다 짓기로 한다. 오늘도 나는 투항한다"고 탄식했다.

김 지사는 "지방자치연수원은 제천으로 수천억을 들여 짓기로 이전을 결정했다. 도립대는 일 년에 100억 이상을 투입하고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11층 기숙사를 짓고 있다"며 "수십억을 들여 70억의 옥천의 남부청사는 12명의 도청직원을 위해 완공됐다. 농업기술원 분원은 군마다 있는 분소와 곳곳의 연구소도 모자라 수백억을 들여 영동에 남부분원을 짓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청남대는 방치된 채 1년에 수십억의 적자를 내고 있는데 수십 명의 공무원들이 배치돼 있다"며 "도내 곳곳에는 불요불급한 건물과 조직이 즐비하고 예산은 봄비처럼 줄줄이 새고 있다. 그 건물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또 그 얼마나 많은 예산과 공무원들이 동원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어느 지역의 언론도 지역의 지도자도 원군이 되지 못한다. 같은 생각을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는 공직자들이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며 "나는 칼을 선택하지 않고 번번이 평화를 선택했다"며 "다 지난 일이므로 나는 다 예산을 펑펑 들여 지어줄 것이다. 암 지을 것이다. 내게는 책임이 없다. 처음부터 면책"이라고 부연했다.

또 그는 "그러나 오늘부터 이 지어진 건물에 들어가는 관리비, 유지비의 지원은 엄격히 통제될 것"이라며 "이 불요불급한 예산을 집행하고 건물과 분원을 지은 단체장과 책임자들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김 지사는 "장돌뱅이의 양심은 돈을 버는 일이지 돈을 쓰는 일이 아니다. 다시 한번 다짐하거니와 나는 장돌뱅이로 언제나 길바닥에 나 앉는 용기를 가지고 도정에 임하겠다"라며 "이런 생각으로 요즘에는 잠을 끊어서 잔다. 이런 무기력하고 용기 없는 내가 숙면을 이룬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돌뱅이가 장돌뱅이 도지사가 묻는다"며 "이 예산이 내 돈이고 우리가 짓는 이 건물이 내 건물이라면 우리는 이런 일을 벌이고 이런 적자를 내면서도 밥을 꾸역꾸역 삼키고 숙면의 밤을 보낼 수 있을까?"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나는 날마다 도지사의 승용차에서 내려 나귀에 짐을 바리바리 싣고 목계장터로 터벅터벅 걷는다"라며 "곧 장사익 선생님을 뵈러 가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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