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인상론, 적자와 국민 고통 사이
한전 적자 해소 위한 고육지책
적자 개선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아
이참에 전기요금 구조 손질 해야
새해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전력은 21일에 발표할 예정이던 2023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그러자 정부와 한전이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률을 찾는 과정에서 일정이 연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3월과 6월, 9월에도 한전은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 일정을 연기했는데, 그 이후 인 4월과 7월, 10월 총 세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h당 19.3원 올랐다.
올해 한전의 전체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 확대를 허용하는 한전법 개정안(5년 일몰)이 15일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12월 임시국회 안에 한전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높다.
중요한 건 회사채 역시 빚이어서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적자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전은 최근 자금조달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어 한전이 채권시장의 자금을 흡수하는 '블랙홀'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전은 12월에만 총 다섯차례에 걸쳐 2조4300억원(19일 기준)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근 한파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도 전기요금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최대전력 수요는 9만1710㎿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절기 최대전력 수요(9만708㎿)를 이미 넘어섰다.
전기요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상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한전이 협의 중이기 때문에 명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예상은 가능하다.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한 '한전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산자부와 한전은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h당 51.6원(기준연료비 45.3원+기후환경요금 1.3원+연료비 조정단가 5.0원)으로 산정했다.
이 안案이 그대로 반영되면 4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307㎾h)의 월 전기요금은 1만5841원 상승한다. 9월 기준 4인 가구 월평균 전기요금이 4만6100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34.4% 오르는 셈이다.
맹점은 이렇게 전기요금을 인상해도 대규모 한전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산자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h당 51.6원을 모두 전기요금에 반영해도 한전의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 발생하는 데 그친다.
그렇다고 고공행진하는 물가 때문에 무작정 전기요금을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참에 "전기요금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전기요금 원가 구조 개선, 연료비 변동성 반영 등을 통해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거다. 그럼에도 관련 논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한전 적자'와 '국민 부담 증가' 사이에서 외줄만 타고 있어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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