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경제 기생하는 독” 비판한 건설노조, 이런 일까지…

황재성기자 2022. 12. 2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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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의 한 레미콘 공장 모습. 2022.12.8/뉴스1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 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어제) 세종시의 한 건설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국민의 분양가, 입주비용, 건설업체의 생산원가로 반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경찰청과 함께 이달 8일부터 내년 6월 25일까지 200일간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검찰도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처럼 전방위적인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를 이끌어내면서 얻은 자신감에다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인내할 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서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해 더 이상 건설업을 영위할 수 없을 지경까지 와 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도대체 건설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노조원·장비 사용 강요에 협박도 비일비재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는 인력채용부터 장비사용, 도급회사 선정 등에 이르기까지 건설공사 진행과정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또 부당금품 요구도 적잖았다.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태업이나 공사 진행 방해 등과 같은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대형건설사 모임인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6월 작성해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국토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철 등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이같은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탄원서에는 협회 소속 회원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672개 업체가 서명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노조원 임금이 비노조원보다 10% 이상 높고, 생산성은 비노조원의 60% 수준에 불과한데도 자기 노조원을 채용할 것을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협박했다.또 장비사용을 강요하거나 노조전임료·월례비·급행료 등을 요구했다.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수십~수백 명의 노조원들을 동원해 건설현장 입구를 막고 집회를 벌이거나 심야·새벽시간에 장송곡을 틀어놓는 식으로 지역주민 민원을 유발해 공사에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불법체류 외국인을 색출한다며 공사현장 근로자들의 신분검사를 실시하고, 공사현장 상공에 드론을 띄우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현장의 법 위반사항을 찾아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적잖았다.

건설회사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지켜야 할 규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규칙으로, 건설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조치해야 할 사항만 무려 500여 개가 넘는다. 마음만 먹으면 건설현장에서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악용한 셈이다.

● 노조 간 이권다툼의 전쟁터가 된 건설현장

노조가 난립하면서 건설현장에서 노조 끼리 이익다툼을 벌이다가 공사에 차질을 빚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인천지역의 재개발현장에서 10여 일 동안 진행된 타워크레인 무단점거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노조가 한국노총(이하 ‘한노’)과 민주노총(‘민노’)를 기반으로 조직돼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0여 개에 달하며. 한노 측 노조는 11개로 분화돼 대부분 수도권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양대 노조간 일자리 다툼에서 비롯됐다. 한노 측 노조와 민노 측 노조가 현장에 설치할 타워크레인 7대에 대한 조종사 배정을 놓고 충돌한 것이다. 당초 3대는 한노에서, 4대는 민노에서 각각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막상 실제 운영에 들어가자 민노 측이 타워크레인을 무단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한노 측은 “경찰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민주노총에 동조하듯 그저 바라만 보고 방치하다 사태를 키웠다”고 성토한 뒤 “우리 노조 또한 불법행위를 장려하는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조합원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불법이든 합법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결사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민노 측이 무단점거를 풀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 정부의 물렁한 대응이 건설노조의 불법 키웠다

이러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는 건설노조의 불법 및 부당행위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특히 노조에 친화적이었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심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건설현장의 불법집회나 시위는 모두 1만 3068건으로 2016년(2598건)에 비해 5배 늘어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3720건, 2018년 7712건으로 매년 늘어났고 2019년엔 1만 2553건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회가 제한된 2020년(1만 3128건)과 2021년에도 이전보다 집회 건수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시설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원가상승에 따른 가격인상과 같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관련 분야 건설업체의 부실화에 따른 경쟁력 상실, 비노조 건설근로자의 구직난 심화 등과 같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중소·중견 건설업체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노조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금액이 한 현장 당 최대 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건설업계는 이처럼 건설노조의 불법이나 부당행위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꼽는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말인 2021년 10월에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를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방침을 발표했고, 올해 4월 건설노조 등 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을 내놨다. 또 2021년 10월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통해 156명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구속은 2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현행법도 건설노조의 불법행태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채용절차법’)은 채용에 관한 부당한 강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건설업체의 90% 이상이 30인 미만이라 노조의 노조원 채용 요구에 대해 면죄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법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을 방해하거나 가격을 결정해 공정거래를 정면으로 위반해도 노조는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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