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 성추행논란, 아이는 "싫어요" 절박한데..오은영 "남편 가여워" 발언 뭇매[Oh!쎈 이슈]

김나연 2022. 12. 2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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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나연 기자] '결혼지옥'이 아동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의 항의로 다시보기 영상은 삭제됐지만, 방송에 담긴 오은영 박사의 발언이 확산되면서 덩달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에서는 딸 양육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재혼부부가 출연했다.

7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부부는 두 사람이 있을때는 사이가 좋지만 아이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고민을 전했다. 뿐만아니라 아내가 남편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적도 있다고. 남편은 "내가 아동학대라더라. 그러면 대한민국 모든 부모가 다 걸렸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심리학을 전공하며 가정폭력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아내는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을 두고 있었다. 그는 "거실에서 남편이 누워서 자는데 안경을 옆에 놨다. 근데 아이가 놀다가 그 안경을 밟았다. 그걸 보더니 욕을 하면서 안경을 던졌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가 울었다. 그런 일련의 모습을 봤을 때 지금은 안경을 던지지만 다른 걸 던질수도 있겠구나 생각했고 여기서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아동학대로 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뿐만아니라 이날 공개된 일상 속에서 남편은 딸과 몸으로 놀아준다는 이유로 딸을 품 안에 가둔 채 엉덩이에 주사를 놓는 시늉을 하며 엉덩이를 만지거나, 겨드랑이 부위에 간지럼을 태우는 등 과한 스킨십을 이어갔다. 하지만 장난이라는 남편의 주장과는 달리 아이는 괴롭힘으로 받아들였다. 아이는 새아빠를 시종일관 '삼촌'이라 부르며 "하지마세요", "싫어요", "안돼요"라고 거부 의사를 표했다. 또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를 향해 도움을 청하려는듯 팔을 뻗으며 "당겨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본 오은영 박사는 "만 다섯살이 넘으면 이성의 부모가 목욕할 때 아이의 생식기를 만지지 말라고 한다"라며 "주사를 팔이 아니라 엉덩이에 놓으시더라. 엉덩이는 친아빠라고 해도 조심해야 하는 부위다. 그래서 하면 안된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인 남편의 성추행 행위에 대한 오은영 박사의 지적은 여기서 끝이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과 딸의 관계에 대해 "딸이 상황을 파악하고 개념이 생긴거다. 인지 개념이 생겨서 아빠는 나를 낳아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상황을 떠나서 그냥 언어의 발달 상 이 아빠는 나를 낳아주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라며 "아이는 연령상 언어의 발달상 그 상태에 있는 거다. 아이와 대화하는 게 좋다. 널 낳지 않았지만 널 사랑한다 이런 얘길 해야한다. 꽤 오래 걸리겠지만 아이와 이야기를 편안하게 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특히 딸에게 외면받고 외로움에 눈물흘리는 남편을 보며 "남편이 가엾다. 너무 외로운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가여웠다"며 "남편의 기본 정서는 너무 외로운 사람이다. 남편은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계속 지키고 싶어하는 편이고 내 어깨에 누군가가 얼굴을 기대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도리어 아내에 대해 "정서적 개방성이 낮다. 감정 표현을 많이 안 하는 분이다. 아내가 감정표현을 안 해서 남편은 외롭고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문제점을 짚으며 "각자 특성이 다른 거니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은 남편의 성추행 장면에 분노함과 동시에 오은영 박사의 발언에 실망을 표했다. 딸이 명백히 "싫어요", "안돼요"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서도 강제로 몸을 붙잡고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는 장난이라 할 수 없는, 명백한 성추행 행위라는 것. 그럼에도 신고는 커녕 이 장면을 제지없이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을 향한 비판과 더불어 따끔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은 오은영 박사를 향한 항의도 들끓었다.

동의 없는 신체 접촉에 불쾌함을 표하는 아이는 "촉각에 예민한 아이"라고 표현하며 도리어 남편을 향해 "외로운 사람"이라는 서사를 부여하며 "가엾다"고 위로하는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 방향이 시청자로서 이해할 수 없고, 아동심리상담전문가로서 무책임하게 느껴진다는 것.

이와 관련해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과거 "세상엔 오 박사님도 해결 못할 문제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썼던 자신의 칼럼을 캡처해 올리며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오은영 박사의 한계보다는 그의 전문성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게 세팅한 프로그램의 본질적 문제를 지적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긴 하지만, 사실 어제 방송 같은 경우엔 오은영 박사도 본인의 전문영역이 아니라는 알리바이로 양심적 상식인이라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생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MBC 시청자소통센터는 '결혼지옥' 방송 내용을 항의하는 글들로 가득 차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이틀째 후폭풍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 누리꾼은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를 이용해 가정폭력으로 신고했다는 인증글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MBC는 문제의 장면을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했지만, '결혼지옥'의 폐지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한편 '결혼지옥'은  어느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부부 갈등의 고민을 나누는 리얼 토크멘터리로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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