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에 붙들린 예산안…커지는 취약계층·서민 피해 우려
협상 오리무중 속 단독수정안 키 쥔 野에서도 "협상이 최선"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여야 간 예산안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서민과 취약계층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 협상 상황이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수차례 협상 지연으로 지방자치단체 예산안 의결 시한도 넘기면서 내년도 서민과 취약계층 지원 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여야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부모임 '국민공감'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은 변동된 것이 별로 없다"며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문제와 지역 상품권, 법인세 부분에서 진전이 없어 홀딩된 상태"라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추가 협상에 대해서는 "어제 오후에 잠시 만났다"면서 "현재로서는 (회동) 계획이 잡힌 것은 없다"고 전했다.
여야 협상이 네 차례의 시한을 넘기면서 이에 따른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의 기 싸움 속에서 중앙정부 예산안 의결이 취약계층 지원 예산이 대다수 포함된 지방자치단체 예산 의결 시한마저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예산 31조6000억원, 취약계층 보호예산 26조6000억원 등 50조원 이상의 취약계층 지원 예산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를 생계급여 최대급여액 인상과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 확대, 장애수당 인상 등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활물가안정 예산 5조5000억원 등 서민예산도 다수 들어있다.
또 지방자치법 142조에는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회계연도 시작 15일 전(12월16일),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회계연도 시작 10일 전(22일)을 예산안 의결 시한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미 예산안 협상이 광역자치단체 예산 시한을 넘긴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예산 시한마저 넘길 경우 지자체 예산 심의와 집행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부적인 집행 계획 수립 등이 늦어지면서 조기 집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예산안 협상 4차 시한을 앞둔 지난 18일 양당 원내대표에게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김 의장은 "복합경제 위기 상황에서 유일하게 경제를 그나마 살려낼 수 있는 정부가 가진 유일한 수단이라는 게 재정이며, 이럴 때 가장 어려운 사람은 취약계층"이라며 "취약계층을 위한 중앙정부 예산은 그 자체로 집행할 수 없고, 전부 지방정부 예산이랑 매칭이 돼서 이뤄져야 하는데 (시한을 맞춰야) 겨우겨우 설날 이전까지 복지 예산이 지출돼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우리 경제를 살려내고 취약계층을 도우려고 하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늘어지고, 못 굴러가게 하는 것"이라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양당 원내대표를 질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전날 "예산안 처리가 더 늦어지면 정부의 정책추진에 차질이 생겨 국가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김 의장은 '절대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성탄절 이전 예산안 처리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야 협상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연말까지 예산안 협상이 밀리거나, 야당 단독수정안 의결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회는 예산안 증액 권한이 없어 단독수정안에서는 여야가 증액하려 했던 서민지원사업 예산 등은 빠질 수밖에 없다.
키를 쥔 야당 내부에서도 단독수정안 처리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결국 협상 타결이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한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가능하면 협상할 수 있으면 협상을 해보자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며, 선택지가 점점 좁혀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며 "'정부안 아니면 수정안'이라는 선택지보다는 제3의 안이 있는 게 좋은 만큼 이를 만들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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