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팀 팀장님이 저에게 MBTI 검사를 강요해요"

백승현 2022. 12. 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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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사례>
신고인 "옆 팀 팀장님이 저에게 성격유형 검사를 강요했어요"
피신고인 "저는 신고인이 점심시간에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성격유형 검사를 추천한 것뿐이에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서 위와 같은 진술이 나오자, 조사를 진행중이던 인사팀장은 고민이 커져만 갑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회사에는 기획팀이 두 팀 있습니다. A는 기획1팀 팀원으로 20대이고, B는 기획2팀 팀장으로 50대입니다. 두 팀은 각각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A는 아직 B와 함께 일해본 적은 없습니다.

기획1팀과 기획2팀은 종종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업무보다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나누는데, 하루는 함께 점심을 먹는 중 B가 “우리 아이가 요즘 유행이라면서 나한테 MBTI 성격유형 검사를 보내줬는데 해보니까 재밌더라. 꽤 정확한 것 같아. 자네들은 해봤어?”라고 물었고, A와 기획2팀 팀원 C, D를 제외하고는 검사를 해봤다며 각자 성격유형을 공유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성격유형 검사를 해보지 않은 A, C, D가 조용히 밥을 먹자, B는 “A, C, D는 안 해봤나? 재밌는데 한번 해봐. 내가 카카오톡으로 링크 보내줄게”라며 해당 링크를 개인톡으로 바로 보내줬습니다. A와 C는 그 자리에서 바로 MBTI 성격유형 검사를 했고, D는 검사 문항이 많은 걸 보고 “나중에 시간 나면 해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B는 흔쾌히 “재밌으니 시간 날 때 해봐”라고 답했습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도 기획1팀과 기획2팀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전날에 이어 MBTI 성격유형 검사 얘기가 나오자 B는 A에게 검사결과를 물었고, A는 “저는 어제 팀장님께서 보내주신 링크로 검사해보니 ISFP로 나왔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모두 함께 대화 중 “E는 외향적이라더라”, “P보다 J가 계획적이라더라”, “F가 감성적이라더라”와 같은 발언이 나왔습니다. B 혼자 한 발언은 아니었으나 B가 제안한 성격유형 검사결과로 자신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생기는 것만 같아 A는 불편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난 후 점심시간이었습니다. B는 A를 비롯한 모두에게 “Big5 성격유형 검사해봤나? 이게 MBTI보다도 더 정확하다고 하던데”라고 물어봤습니다. 대부분 직원이 안 해봤다고 하자, B는 시간 날 때 해보라며 단톡방에 검사링크를 올려줬습니다.

두 번에 걸쳐 다른 성격유형 검사링크를 받은 A는 B로부터 이를 강요받는다고 느껴 스트레스를 받았고, 성격유형 검사결과에 따라 자신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생기는 것도 불편해서, ‘B가 지위상 우위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성격유형 검사를 강요했다’라며 인사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시 B는 A, C, D가 점심시간에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성격유형 검사를 추천한 것뿐이라고 진술했으며, C, D는 B의 행동에서 어떠한 강요나 압박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며, 기획1팀과 기획2팀의 다른 팀원들은 여느 점심시간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흥미로웠던 대화로 기억한다고 진술했습니다.

여기에서 신고된 B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판단>
사례에서는 기획2팀 팀장인 B가 기획1팀 팀원인 A의 직속 상사도 아니고 A가 B로부터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은 사실도 아직 없으나, B는 기획팀의 관리자 지위에 있고, 행위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사적인 점심시간으로 보기에는 기획1, 2팀 전체가 함께 식사를 한 것이므로, 상호간 지위관계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위상 우위’ 자체는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A가 지목한 행위의 전후 경위를 살펴보면, B가 A, C, D와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성격검사를 권유한 것이라는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D가 성격검사를 나중에 해보겠다고 하자 B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했으며, C, D가 B의 행동에서 어떠한 강요나 압박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한 사실 등이 있으므로,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B가 A에게 지위상 우위를 ‘이용’하여 성격검사를 ‘강요’하였다고 볼 만한 단서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사례의 주어진 사실관계만으로는 신고된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거나, 객관적으로 A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라고 하기 불분명해 보입니다.

따라서 신고된 B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A와 B는 왜 MBTI 검사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걸까요? 사례에서 팀원 A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 자체를 사생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팀장 B는 개인의 특성이나 가족 이야기가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그 생각의 차이로부터 발생한 갈등으로 보입니다. 즉, 개인의 사생활 간섭 및 침해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또 세대마다 다를 수 있기에, 관리자는 노무관리에 있어 이러한 변화를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정다예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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