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모두 죽일만큼의 마약성진통제 ‘펜타닐’ 압수… “2살 아기도 중독”
이은택기자 2022. 12. 21. 11:52
미국 마약단속국, 올해만 3억7900만 회 복용량 압수
“최근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 사회 문제 고조
중국산 원료, 멕시코서 가공 뒤 국경 넘어 미국 밀반입
“바이든 행정부의 마약 대응 실패 때문” 야당 공화당 비판
“최근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 사회 문제 고조
중국산 원료, 멕시코서 가공 뒤 국경 넘어 미국 밀반입
“바이든 행정부의 마약 대응 실패 때문” 야당 공화당 비판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마약의 대유행(drug epidemic)’.”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올해 미국에서 압수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미국인 모두를 죽이고도 남을 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성이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에 이르는 펜타닐은 미국 전역에 퍼지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 가정에서는 2살 여야가 펜타닐에 노출돼 응급실에 실려 갔고 아버지는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 올해 美 압수 펜타닐, 모든 미국인 죽일 양
20일(현지 시간) DEA는 올해 펜타닐 알약 5060만 정과 가루 1만 파운드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총 3억7900만 회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압수된 양의 두 배가 넘는다. 앤 밀그램 DEA 국장은 “미국 인구 3억3200만 명 전체를 죽일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어디에나 펜타닐이 있다. 대도시에서 시골까지 어떤 곳도 이 ‘독(毒)’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카인이나 마리화나(대마초) 같은 마약은 식물에서 주성분을 얻거나 그 자체를 활용해 만들지만, 펜타닐은 100% 인공 화약 물질로 만들어진다. 미국 제약회사 얀센을 창업한 파울 얀센이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로 쓸 목적으로 1959년 처음으로 펜타닐을 만들어냈다. 고통이 심한 암이나 큰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투약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중독성과 환각효과 등 부작용 때문에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2013년부터는 인신매매 조직들이 펜타닐을 헤로인 등 다른 마약들과 혼합해 유통하기 시작했고 사망자도 늘기 시작했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2mg에 불과하다. 뾰족한 연필심 끝에 살짝 묻힐 정도의 양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미국 18~49세 청소년과 성인의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불법 펜타닐 중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암, 심장병, 교통사고 사망자보다도 많다. 한창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직장에서 일할 연령대의 성인들이 마약으로 가장 많이 사망하고 있다는 실태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10만7622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그중 3분의 2가 펜타닐 중독이다. 펜타닐 사망자는 2019년보다 94% 늘었고 교통사고, 총기 사건, 자살 사망자보다도 많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12개월 동안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10만7375명이다. 그중 67%가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때문인 것으로 집계됐다. WP는 “현재 매일 평균 194명의 미국인이 마약으로 사망하고 있다.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미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DEA는 멕시코 카르텔(마약 범죄 조직) 시날로아와 CJNG 카르텔이 미국에 펜타닐을 주로 유통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카르텔은 중국에서 원료로 쓸 화학 약품을 들여온 뒤 멕시코의 공장에서 펜타닐을 제조해 미국에 뿌리고 있다. DEA는 멕시코에서 미국에 반입된 가짜 위조 알약 10개 중 6개꼴로 치사량의 펜타닐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평범한 가정 두 살 여아도 펜타닐에 노출
펜타닐 중독은 평범한 미국 가정의 현관까지 들어왔다. 19일 AP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중부에서 2세 여야가 펜타닐 중독 증세를 보여 응급실에 실려 왔다. 경찰 수사 결과 딸의 아버지가 펜타닐 성분이 섞인 마리화나를 집으로 가져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딸이 노출된 것이다. 아버지가 고의로 딸에게 먹였는지, 아니면 우연한 사고로 딸이 이를 만지거나 먹어서 노출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아이는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아버지는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밀반입되는 펜타닐은 대부분 승용차나 화물차에 숨겨진 채 버젓이 공식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을 통과한 마약들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시설에 숨겨진 뒤 미국 전역으로 배송된다고 WP는 전했다.
DEA에 따르면 펜타닐은 ‘차이나 걸’, ‘차이나타운’, ‘차이나 화이트’, ‘댄스 피버’, ‘포이즌’, ‘탱고 앤 캐시’ 등의 은어로 불리며 유통되고 있다. 원료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 때문에 차이나(China·중국)라는 명칭이 많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DEA는 펜타닐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펜타닐 중독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사망자의 가족이 고인의 사진과 이름, 나이 등을 DEA에 e메일로 보내면 버지니아 알링턴에 있는 DEA 본부의 추모관에 이를 공개한다.
● “바이든 행정부, 마약 대응 실패” 비판 고조
미국 정치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펜타닐이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흘러 들어온다는 점 때문에 미국-멕시코 간 국경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강력한 국경-이민자 단속을 요구해 온 야당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펜타닐 확산의 책임을 묻고 있다. 앞서 미국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펜타닐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이는 남부 국경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WP는 “펜타닐이 미국을 집어삼키면서 워싱턴이 흔들리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행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실패했고 이 때문에 마약 위기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WP는 “DEA도 연이은 실책을 범하며 50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대응도 늦었다”고 비판했다. 국경에서 불법 마약 밀반입을 단속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토안보부도 검문 기술을 강화하는데 실패했고, 마약 색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경 장벽 건설에 돈을 허비했다고 WP는 지적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올해 미국에서 압수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미국인 모두를 죽이고도 남을 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성이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에 이르는 펜타닐은 미국 전역에 퍼지며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 가정에서는 2살 여야가 펜타닐에 노출돼 응급실에 실려 갔고 아버지는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 올해 美 압수 펜타닐, 모든 미국인 죽일 양
20일(현지 시간) DEA는 올해 펜타닐 알약 5060만 정과 가루 1만 파운드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총 3억7900만 회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압수된 양의 두 배가 넘는다. 앤 밀그램 DEA 국장은 “미국 인구 3억3200만 명 전체를 죽일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어디에나 펜타닐이 있다. 대도시에서 시골까지 어떤 곳도 이 ‘독(毒)’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카인이나 마리화나(대마초) 같은 마약은 식물에서 주성분을 얻거나 그 자체를 활용해 만들지만, 펜타닐은 100% 인공 화약 물질로 만들어진다. 미국 제약회사 얀센을 창업한 파울 얀센이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로 쓸 목적으로 1959년 처음으로 펜타닐을 만들어냈다. 고통이 심한 암이나 큰 수술을 받는 환자에게 투약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중독성과 환각효과 등 부작용 때문에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2013년부터는 인신매매 조직들이 펜타닐을 헤로인 등 다른 마약들과 혼합해 유통하기 시작했고 사망자도 늘기 시작했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2mg에 불과하다. 뾰족한 연필심 끝에 살짝 묻힐 정도의 양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미국 18~49세 청소년과 성인의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불법 펜타닐 중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암, 심장병, 교통사고 사망자보다도 많다. 한창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직장에서 일할 연령대의 성인들이 마약으로 가장 많이 사망하고 있다는 실태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10만7622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그중 3분의 2가 펜타닐 중독이다. 펜타닐 사망자는 2019년보다 94% 늘었고 교통사고, 총기 사건, 자살 사망자보다도 많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12개월 동안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10만7375명이다. 그중 67%가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때문인 것으로 집계됐다. WP는 “현재 매일 평균 194명의 미국인이 마약으로 사망하고 있다.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미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DEA는 멕시코 카르텔(마약 범죄 조직) 시날로아와 CJNG 카르텔이 미국에 펜타닐을 주로 유통하고 있다고 보고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카르텔은 중국에서 원료로 쓸 화학 약품을 들여온 뒤 멕시코의 공장에서 펜타닐을 제조해 미국에 뿌리고 있다. DEA는 멕시코에서 미국에 반입된 가짜 위조 알약 10개 중 6개꼴로 치사량의 펜타닐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평범한 가정 두 살 여아도 펜타닐에 노출
펜타닐 중독은 평범한 미국 가정의 현관까지 들어왔다. 19일 AP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중부에서 2세 여야가 펜타닐 중독 증세를 보여 응급실에 실려 왔다. 경찰 수사 결과 딸의 아버지가 펜타닐 성분이 섞인 마리화나를 집으로 가져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딸이 노출된 것이다. 아버지가 고의로 딸에게 먹였는지, 아니면 우연한 사고로 딸이 이를 만지거나 먹어서 노출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아이는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아버지는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밀반입되는 펜타닐은 대부분 승용차나 화물차에 숨겨진 채 버젓이 공식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을 통과한 마약들은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시설에 숨겨진 뒤 미국 전역으로 배송된다고 WP는 전했다.
DEA에 따르면 펜타닐은 ‘차이나 걸’, ‘차이나타운’, ‘차이나 화이트’, ‘댄스 피버’, ‘포이즌’, ‘탱고 앤 캐시’ 등의 은어로 불리며 유통되고 있다. 원료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 때문에 차이나(China·중국)라는 명칭이 많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DEA는 펜타닐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펜타닐 중독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사망자의 가족이 고인의 사진과 이름, 나이 등을 DEA에 e메일로 보내면 버지니아 알링턴에 있는 DEA 본부의 추모관에 이를 공개한다.
● “바이든 행정부, 마약 대응 실패” 비판 고조
미국 정치권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특히 펜타닐이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흘러 들어온다는 점 때문에 미국-멕시코 간 국경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강력한 국경-이민자 단속을 요구해 온 야당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펜타닐 확산의 책임을 묻고 있다. 앞서 미국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펜타닐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이는 남부 국경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WP는 “펜타닐이 미국을 집어삼키면서 워싱턴이 흔들리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행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실패했고 이 때문에 마약 위기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WP는 “DEA도 연이은 실책을 범하며 50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대응도 늦었다”고 비판했다. 국경에서 불법 마약 밀반입을 단속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토안보부도 검문 기술을 강화하는데 실패했고, 마약 색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경 장벽 건설에 돈을 허비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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