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의 시론>‘범죄 정치’의 민주주의 능멸

2022. 12. 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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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권력형 범죄자도 ‘양심수’ 행세

‘탄압받는 정치인’ 이미지 노려

“훗날 훈장이 될 수도” 운운까지

민주당 일각조차 ‘방탄당’ 개탄

조폭 다룬 범죄 영화를 방불케 해

“李·文 지키는 게 민주주의” 궤변

국가의 기본을 흔든 권력형 범죄자가 의인(義人) 행세하는 행태가 악성 진화하고 있다. ‘복권 없는 특별사면’ 대상자로 거론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가까운 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제19대 대선에서 이른바 드루킹이 운영하던 댓글 팀을 통해 여론을 불법(不法) 조작한 혐의가 확정돼 2년 징역형을 복역 중인 그는 ‘양심수 코스프레’ 비판을 자초했다. 그는 자필 ‘가석방 불원서(不願書)’를 지난 13일 공개하며 “처음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해온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건임을 창원교도소 측에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했다. ‘부당하게 탄압받는 정치인’ 이미지를 굳혀 정치적 자산으로 삼겠다는 저의로 보인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서 여론을 조작한 혐의인 그의 유죄가 확정된 것은 2021년 7월 21일이다. 문 대통령 집권 중이었다. 문 대통령이 파격 발탁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였다. 하지만 그는 유죄 확정 당시에도 “최종적 판단은 이제 국민의 몫으로 남겨 드려야 될 것 같다”며 앞뒤조차 맞지 않게 둘러댔었다. 문 정부 청와대의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과 합당하기 전의 위성정당이던 열린민주당 소속 최강욱 의원은 김 전 지사에 대한 2020년 11월 6일 2심 선고 3일 후에 “역시 멋진 친구”라고 했다. “이 시대에 피고인으로 사는 것은 훗날 훈장이 될 수도 있을 거라며 유쾌하게 통화를 마쳤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도 ‘경인선’ 명칭이던 드루킹 댓글 팀의 존재·역할을 알고 있었을 개연성에 대한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대선 후보 경선 기간에 “경인선에 가자. 경인선에 간다” 하고 공공연하게 외친 배경이 규명되지 않았다.

범죄를 정치의 수단으로 삼거나, 정치를 수사·처벌의 방패막이로 악용하면서 ‘민주주의 팔이’까지 서슴지 않는 민주주의 능멸(凌蔑) 행태는 민주당에 만연해 있다. 민주당 일각조차 민주당을 ‘이재명 방탄당’이라고 자조(自嘲)한다. 이 대표가 경기 성남시장이던 때에 벌인 천문학적 부당 특혜 의혹의 ‘대장동 개발 사업’은 요지경 정황이 검찰 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면 부인하지만, 검은돈 일부는 이 대표의 선거 자금으로 전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그 과정은 조직폭력배를 다룬 범죄 영화를 방불케 한다. 연루자 3명은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 흉기로 자해한 뒤 변호사에게 알려 병원에 입원한 핵심 가담자도 있다. 주요 가담자는 범행 초기에 의형제를 맺었다. 핵심 한 명이 구치소에서 출소하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헬멧을 쓴 채 대기하던 검은 옷차림의 또 다른 한 명은 그를 재빨리 승용차에 태워 보내고 오토바이로 유유히 사라졌다. 대장동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된 그 ‘헬멧남(男)’은 조폭 출신이다. 이 대표의 변호사비 불법 대납 의혹을 받는 기업의 부회장도 지냈다. 한국 유림(儒林)의 총본산인 성균관 부관장까지 지내 ‘신분세탁용’ 지적도 나왔다.

‘대장동 일당’의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폭로를 이어가자, 이 대표는 “검찰이 연기 지도를 한 것 아닌가. 검찰의 연출 능력도 참 형편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나를) 캐스팅하신 분께서 ‘발 연기’를 지적하셔서 너무 송구스럽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다”라고 했다. 누구 주장이 맞는 건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 대표는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있다”며 왜곡·선동까지 해선 안 된다. 충남 천안 중앙시장을 지난 13일 찾은 그는 “국가가 지금은 혹시 나를 때리지 않을까, 나를 꼬집지 않을까, 나를 해코지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존재가 돼 가고 있다. 민주주의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했다.

어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이재명과 문재인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궤변을 넘어 혹세무민의 전형이다. 권력 범죄에 대한 법과 원칙에 따른 정도(正道) 수사가 민주주의를 질식하게 하는 것일 순 없다. ‘내 편’ 수사를 조직적·집단적으로 훼방·저지하는 ‘범죄 정치’야말로 민주주의의 적(敵)이다. 그런 보편적 상식마저 뒤엎으려고 해선 더 헤어나기 어려운 ‘사악(邪惡)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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