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서울형 소득과 핀란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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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행복지수 4위를 기록한 스위스는 지난 2016년 6월 5일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50만 원)을 주는 기본소득법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했다.
북유럽 복지국가 스위스를 비롯해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형태로 실험이 이뤄졌거나 이뤄지고 있는 기본소득(생계급여) 논의가 국내에서 불붙고 있다.
기본소득은 흔히 1516년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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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미 전국부 차장
올해 세계행복지수 4위를 기록한 스위스는 지난 2016년 6월 5일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50만 원)을 주는 기본소득법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했다. 당시 찬성론자들은 국민이 정부에 돈을 받아 저마다 필요한 곳에 쓰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 즉 유토피아(Utopia)가 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갑론을박(甲論乙駁) 끝에 스위스 국민 76.9%는 반대표를 던졌고 기본소득법안은 빠르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북유럽 복지국가 스위스를 비롯해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여러 형태로 실험이 이뤄졌거나 이뤄지고 있는 기본소득(생계급여) 논의가 국내에서 불붙고 있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들이 이른바 ‘소득 시리즈’를 내놓으며 한국형 차세대 복지 실험에 잇달아 참전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보편·지속적 성격의 ‘기본소득’ 개념을 처음 꺼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득·재산에 따른 선별복지에 방점이 찍힌 ‘안심소득’을 제시했다. 가장 최근엔 김동연 경기지사가 ‘기회소득’을 내놨다.
현행 복지 제도는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찾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 한계가 있다. 수원 세 모녀, 신촌 모녀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위기 상황으로 내몰린 이가 복지 사각지대로 숨어버리는 걸 막지 못한 채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생산성 높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 사회에선 일자리·소득 감소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기에 이들 소득 시리즈는 선제로 체계화된 지원을 한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하다 할 수 있다. 다만, 성공을 위한 보완이 필수다.
기본소득의 경우 무차별적 소득 보전사업으로 재정 부담이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다. 단순 계산해도 대한민국 국민 5000만 명을 대상으로 매달 50만 원씩 지급할 경우 1년에 300조 원이 든다. 세계에서 제일 먼저 기본소득보장제를 시행한 핀란드가 2년 만에 기대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중단한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적잖다. 지난 6일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헤이키 힐라모 헬싱키대 교수는 핀란드 기본소득 추진과정을 설명하며 “노동시장 참여율을 크게 올리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소득(중위소득 85% 이하)과 재산 수준(3억2600만 원)을 따져 지급하는 안심소득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이 가능하고 재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기존 사회복지망 폐기를 전제로 하는 데다가 지원 대상이 적다는 게 흠이다. 또, 제도 성패의 핵심 요건인 ‘근로 의욕 고취 여부’에서 긍정적 효과가 증명돼야 한다. 기회소득은 예술인·장애인 등 특정 직역 중심이라 재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으나 포괄 범위가 협소하다는 점이 문제다.
서울시는 안심소득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중위소득 50% 이하인 484가구에 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기본소득은 흔히 1516년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그리스어로 세상에 없지만 좋은 곳이라는 뜻의 유토피아가 현실 사회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서울형 소득 실험이 부디 성공하길 기원한다. 이환위리(以患爲利)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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