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전기차 충전 경쟁… 현대차·BMW에 GS·SK·LG도 가세
전기차 고속 충전기 적고 저속만 많아
국내 대기업, 투자·인수합병으로 진출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충전 인프라가 또 다른 자동차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다. 완성차 회사는 물론, 정유사업을 하던 GS, SK 등이 뛰어들고,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 중인 롯데까지 가세 중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34만7000대로, 직전 2분기보다 16% 늘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가 0.5% 증가하는 데 그치고, 경유차는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증가세는 매우 뚜렷한 편이다.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3분기 5만1000대로, 전 분기 4만1000대와 비교해 23.6% 증가했다.
이같은 전기차 성장세에 비해 충전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충전기의 절대 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운행에 유리한 고속충전보다 느린 저속충전이 국내 충전 인프라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2022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충전 인프라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대수는 2.6대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국 30곳 중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유럽은 15.5대, 전 세계 평균은 9.5대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분류되는 중국은 충전기 1대당 7.2대로 나타났다. 충전 인프라의 성능, 충전 속도까지 고려한 전기차 1대당 충전기 출력에서도 한국은 6.5㎾를 기록,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중국은 3.8㎾, 전 세계 평균은 2.4㎾였다.
충전기는 많지만, 22㎾ 이하의 저속충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국내 충전기 숫자는 10만5000대로, 저속충전기가 9만대를 차지한다. 국내 충전 인프라의 85.7%가 완충까지 수 시간이 걸리는 저속충전이라는 이야기다. 고속충전기는 1만5000대에 그쳤다. 국내 현황은 전 세계 평균(저속충전기 68%, 고속충전기 32%)과 차이가 있다. 중국 저속충전기 비중은 59%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열악한 전기차 고속 충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수의 기업이 매진하고 있다. GS그룹은 정유사업을 하는 GS칼텍스를 통해 2019년부터 전국 주유소와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등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GS에너지는 지난달 전기차 충전서비스업체 차지비 인수를 결정하고,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다.
2년 전 주유소 사업을 접은 SK네트웍스는 교통인프라 기업 에스트래픽의 전기차충전사업부가 물적분할해 설립하는 신규 법인(가칭 에스에스차저주식회사)의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에 728억원을 투자해 지분 50.1%를 확보했다. 새 법인은 국내 고속충전기 1100대를 운영하는 민간 최대 규모 업체다.
또 SK㈜는 지난해 초급속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EV를 인수해 사명을 SK시그넷으로 변경하고, 사업에 나서고 있다. SK시그넷은 최근 미국에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생산공장 신설을 결정하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LG전자는 GS에너지, GS네오텍과 공동으로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LG전자가 지분 60%를,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지분 34%, 6%를 가진다. 애플망고는 2019년 설립된 회사로 저속부터 고속까지 다양한 충전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롯데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초고속 충전기 확대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정보통신은 국내 충전기 시장 매출 2위인 중앙제어를 지난해 인수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도 전국 규모의 충전소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현대차는 e-핏(Pit)이라는 고속 충전 브랜드를 통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개 중이다. 현재 전국 19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충전소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힘쓰던 BMW 역시 최근 BMW 차징 스테이션이라는 독자 충전소 브랜드를 들고 나왔다. 현재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내에 단일 충전소로는 가장 큰 80대 동시 충전 규모의 차징 스테이션을 설치했고, 인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도 16대를 한꺼번에 충전할 수 있는 차징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BMW는 내년 서울, 경기, 강원, 경남, 제주 지역 호텔과 리조트 등에 차징 스테이션을 설치, 전국적으로 20개소 이상이 인프라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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