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영장 재신청' 승부수 띄운 특수본…윗선 수사 분수령

영장 기각 시 수사 동력 꺾이고 윗선 수사 명분 사라질 가능성
경찰, 류미진·최성범·송은영 영장 신청도 검토 중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대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2.12.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면서 수사에 승부수를 던졌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경찰 '윗선'을 향한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두 번 연속 영장이 기각되면 향후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러 사람의 과실이 모여 참사가 발생했다는 '공동정범' 법리 구성을 위해서 주요 피의자들의 책임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영장 발부 여부와 관계 없이 수사 동력은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임재·송병주 2번째 영장신청...용산구청 수사도 본격화

21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지난 20일 오후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영장 신청은 이번이 두 번째이고,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영창 신청은 첫 번째였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들 중 문 국장에 대한 영장 신청에 대해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4명에 대한 영장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이고, 이 전 서장에게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가 최 과장에게는 직무유기 혐의가 추가됐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1일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만 구속됐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는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혐의를 추가하는 등 보강수사를 진행해 영장을 재신청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피의자 신분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경찰 윗선 수사 탄력 받을까…'공동정범' 수사 동력은 유지 전망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다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경찰 윗선에 대한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서울청장은 기동대 투입 등 서울치안 대응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이태원 참사 당시 전후 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참사 당일 집회와 시위, 거점시설 경비 등에 기동대 81개 부대를 배치했지만 이태원에는 1개 부대도 배치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 서울청장은 이 전 서장과 진실공방도 벌이고 있다. 참사 당일 현장 치안 책임자였던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참사 전 두 차례나 기동대 요청을 (서울청에 하라고)지시했다"고 했지만 김 청장은 "그런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참사 발생 후 2시간이 넘게 지난 이튿날 0시25분에 현장에 도착하고, 상급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신속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특수본의 조사 대상이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상관없이 특수본이 '공동정범'의 법리를 더 철저하게 다듬는다면 수사 동력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과실범으로 공동정범을 묶어 진행한다면 용산구청장, 용산서장, 112상황실장 등은 분명히 과실히 존재하는 사람들이라서 수사 동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런 이유에서 이들에 대한 영장 청구는 당연한 것이고, 각각의 과실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윗선 수사도 당연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승 박사는 이어 "다만 과거 세월호 참사때도 과실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가 무혐의가 나온 사례가 있었고, 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윗선의 과실까지 추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면밀한 수사가 필요할 것"이라도 덧붙였다.

◇특수본 "주요 피의자들 영장 신청 위한 보강 수사 진행 중"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는 영장 신청을 위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고, 참사 당시 서울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은 혐의가 직무유기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바뀐 만큼 관련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혐의를 받는 송은영 이태원역장에 대해서도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고, 일부 피의자는 혐의가 바뀐 만큼 수사와 구속영장 신청과 관련해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서장,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은 23일 오전 10시30분, 박 구청장과 최 과장은 같은 날 오후 2시에 영장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