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민의힘, 언제 ‘동물농장’ 됐나…전대 룰 개정, 윤석열 대통령 1인 독재”
“대통령의 1인 독재 사당에 찍소리 못 해”
“월드컵 두 달 전 룰 바꾸는 FIFA 어딨나”
비대위의 전당대회 룰 개정에 날 선 비판
국민의힘 차기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유승민 전 의원이 21일 “국민의힘이 언제 이렇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비슷하게 찍소리도 못하는 정당이 됐나”라고 말했다. 현 여당을 전체주의 정권의 부패상을 조명한 소설로 비유해 비판한 것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개정 작업에 나선 ‘전당대회 룰’에 대해선 “월드컵 개최 두 달 전에 룰을 바꾸는 FIFA가 어디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함께 ‘비윤’(윤석열 대통령과 다른 계파라는 뜻)으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에게 예쁘게 보이려 한다”며 입장차를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당원 투표 100%’로 개정 중인 전대 룰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뒤에서 지휘감독을 하고 오더를 내리고, 윤핵관들이 지금 완장을 차고 앞장서서 이런 폭거를 저지르는 것인데, 그분들이 해당행위를 하는 것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왜 이렇게 1인 독재 사당을 만들려고 그러겠나. 당을 100% 장악해서, 해 바뀌면 1년 밖에 안 남은 총선에서 자기 사람, 윤석열 사람을 심기 위한 것”이라며 “속으로는 이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못한다. 우리 국민의힘이 언제 이렇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비슷하게 찍소리도 못하는 정당이 됐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부 다 자기들 공천에 대한 공포, 두려움 때문에 저런다”며 전대 룰 개정에 비판 목소리가 적은 당 분위기를 분석했다.
윤핵관 중추인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로 주목받는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이 이날 “월드컵 출전하는 선수가 경기 규칙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건 우습지 않느냐”고 발언한 데 대해선 “월드컵 개최 두 달 전에 룰을 바꾸는 FIFA가 어디 있나”라며 반박했다.
유 전 의원은 전대 룰 개정 절차도 비판했다. 그는 “어제 보니까 의총(의원총회) 한 번 없이 일사천리로, 그냥 ARS 투표로 하더라”며 “이렇게 전격적으로, 기습적으로 군사작전 하듯이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전대를 눈앞에 두고 룰 개정이 이뤄진 데 대해선 “대통령의 평소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하고는 완전히 180도 거꾸로 가는 결정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결선투표 도입 등 당의 룰 개정이 자신을 어떻게든 누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행자가 ‘만약 의원님이 1등을 해도 50%를 넘지 않으면 친윤계 후보들이 단일화해서 이기려는 것이냐’고 묻자 “딱 그 의도밖에 없다”고 답했다.
당의 ‘역선택 방지’ 추진에는 “저는 저를 지지하는 민심이 역선택이라고 절대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은 “오히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서 가장 좋아하는 후보가 누구냐 하면, 아마도 가장 극우적인 인사, 꼴보수 대표, 윤핵관 대표를 제일 좋아할 것”이라며 “중도층, 그다음에 무당층, 부동층, 특히 수도권, 이 분들의 마음을 얻어야 승리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처럼 비윤으로 분류되는 안 의원과 입장차를 드러냈다. 진행자가 ‘안 의원은 자신처럼 비판 목소리를 내더라도 윤석열 정부 성공을 원하는 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말하더라’고 전하자 “전혀 사실이 아닌 발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한테 좀 예쁘게 보이려고 저러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도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여지를 강하게 남겼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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